[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수중무인탐사기(ROV)가 모두 찾아냈다.
동해상에서 훈련 중 추락한 링스헬기 동체와 탑승자 3명의 시신을 탐색작전 시작 이틀만에 모두 찾아냈다. 탐색 및 인양작전의 수훈갑은 해군 구조함 통영함에 탑재된 수중무인탐사기(ROV)였다.
지난 2월 북한의 장거리로켓 시험발사 도발 당시, 망망대해에서 북한 로켓 잔해 탐색작전에 투입돼 주도적인 역할을 한 ROV가 이번에도 큰 역할을 했다.
망망대해에서 헬기 잔해나 탑승자 유품을 탐색하는 작전이란 바다에 익숙한 해군에게도 상당히 고난도의 작전이다.
세월호 사건 희생자 중 아직 발견되지 않은 희생자도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틀 만에 헬기 동체와 탑승자 3명 전원을 발견하고 인양한 ROV의 존재가 더 크게 다가온다.
이번에 구조에 나선 해군 구조함 통영함은 ‘군납 비리의 결정판’, ‘부실 종합선물 세트’라는 혹평을 받았던 3500t급 해군 차기 구조함(ATS-II)이다.
세월호 사건 당시 군 수뇌부가 통영함의 출동 명령을 내렸지만, 다양한 비리와 연루돼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여서 결국 출동하지 못한 사건은 온 국민을 분노하고 좌절하게 한 바 있다.
그런 통영함은 결국 세월호 사건 한참 후인 2014년 12월 해군에 인도됐다. 그러나 이때도 구조함의 핵심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음파탐지기(사이드스캔소나:수중물체탐지장치)나 ROV는 장착하지 못한 상태였다.
당시(2014년 12월 28일) 합동참모본부는 통영함의 실전배치 결정 이유로 “문제의 장비들 때문에 통영함의 실전배치가 더 늦춰지면 해군 전체의 전력 공백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었다.
이로써 통영함은 당시 기동 성능 최고 21노트(시속 39㎞)의 속력을 자랑하며 잠수장비, 인양 크레인, 함정 인양을 위한 유압권양기 등 장비를 갖춘 채 실전에 투입됐다.
마지막까지 문제가 됐던 소나와 ROV는 지난해 10월께 통영함에 탑재돼 구색을 갖췄다. 결과적으로 늦긴 했지만 통영함의 실전 배치, 소나와 ROV의 탑재가 우리 해군 구조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후 발생한 대형사건인 지난 2월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때 통영함은 상당한 능력을 발휘했다.
북한 측은 장거리로켓을 발사하면서 추진체에 자폭장치를 달아 추진체 연료가 모두 연소하고 분리되는 순간 자폭, 추진체가 산산조각이 났다.
지난 2012년 북한 미사일 발사 당시 우리 군 당국이 당시 발사된 북한 로켓 추진체를 수거해 북한 미사일 능력을 파악한 것이 알려지자 북한 측이 이번에는 수거하지 못하도록 자폭 장치를 단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우리 군은 북한 장거리로켓 발사 당일인 지난 2월 7일 제주 서남방 90마일 해상에서 페어링 추정 물체를 발견, 수거했다.
또 다음날인 8일 전북 군산 어청도 서남방 75마일 지점에서 수심 약 80m 해저의 북한 장거리로켓 1, 2단 추진체 연결부 추정 잔해물을 수거했다.
이 작전은 구조함 통영함의 소나로 잔해물 위치를 식별하고, ROV를 투입해 인양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우리 군이 ROV를 이용해 북한 로켓 잔해물을 인양한 건 이때가 처음이다.
이어 9일에는 기뢰탐색함인 김포함이 소나를 활용해 역시 전북 군산 어청도 서남방 65마일 지점, 수심 약 80m 해저에서 잔해물을 식별했다. 이 잔해물 수거작전에도 통영함의 ROV가 수행했다. 당시 기상악화가 예보되자 10~11일 해군 심해잠수사와 ROV가 투입돼 추진체 연소가스 분사구 추정 잔해물 3개를 추가 인양했다.
로켓 잔해물 탐색은 1차적으로 우리 해군 이지스함 레이더로 로켓의 궤적과 낙하 위치를 파악한 뒤 구조함 등을 투입해 소나로 탐색하고 ROV로 수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ROV는 인간이 견딜 수 없는 심해까지 내려가 작전할 수 있기 때문에 작전반경이 훨씬 넓어진다. 통영함 ROV는 해저 3㎞까지 작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팔 2개, 카메라 9대, 절단기 등이 장착돼 있다. 무게는 3.5t, 속도는 최대 3노트, 인양력은 250㎏ 가량이다.
해군 심해잠수사는 당시 ROV로 해결되지 않는 다양힌 지원작업에 나섰다. 이 때문에 당시 로켓 수거작전은 첨단 장비와 숙련된 경험과 노하우가 결합돼 성공으로 이어진 작전으로 회자됐다.
지난 26일 북한 도발에 대비한 첫 한미연합 해군 훈련에 투입됐다 동해상에서 추락한 링스 헬기 수색작업에도 통영함이 투입돼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날 오후 8시 57분 달빛이 없는 상태에서 무월광 작전에 나선 링스헬기는 이륙한 지 불과 10여분이 되지 않은 9시 5분께 긴급 구조신호 ‘메이데이’를 4차례나 보냈다.
전 세계에 통용되는 ‘메이데이’ 구조 신호는 ‘구조 요청’을 의미하는 프랑스어로 긴급한 상황에서 3번씩 연달아 부른다. 링스헬기 추락 당시 상황이 긴박했음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해군은 사고 직후 훈련에 참가한 한미 해군 전력을 총동원해 탐색에 나섰고 사고 이틀 만에 헬기 동체와 탑승자 3명을 모두 찾아냈다. 역시 통영함의 ROV가 투입돼 탐색 및 인양작전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사고 지점은 강원도 양양 동방 52㎞, 북방한계선(NLL) 남방 36마일(약 67km) 지점이었다.
해군은 사고 21시간여 만인 27일 오후 6시께 헬기 동체와 정조종사 김모 대위(33) 시신을 발견했다.
추가 탐색에 나선 해군은 28일 0시 21분 부조종사 박모 대위(33), 28일 새벽 4시 28분 조작사 황모 중사(29) 시신을 발견하고 인양했다.
발견된 헬기 동체와 희생자 시신은 모두 해저 1030m 지점에서 발견됐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잠수 및 구조작업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해군 관계자는 “통영함에 탑재된 소나 외에 ROV에 탑재된 소나를 이용해 발견했다”며 “먼저 소나를 이용해 해역을 탐지하고, 탐지된 해저 근처로 ROV가 이동해 ROV에 탑재된 광학카메라로 해저 상황을 보면서 작전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해저 1030m에서의 작전은 ROV가 없으면 불가능한 작전”이라며 “ROV 배치 전과 배치 후 작전은 차원이 달라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