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의 남산공방] 오늘날 핵무기에 대한 인식
최근 북한은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고는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발사했다. 7차 핵실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사회의 핵무기에 관한 담론들도 다시 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핵무기에 대한 인식은 역사적으로 사용 전례가 없는 무기 효과의 추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남북한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핵무기의 효과에 대해서는 경험적 사례가 아니라, 연역적 추론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핵전략은 다른 유형의 군사전략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핵무기를 보유하면서 무기 효과에 대한 추론을 해왔던 국가들은 핵무기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다양하다. 또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했다. 냉전 초기 미국의 핵무기 사용을 책임졌던 전략공군사령부의 두 번째 사령관이었던 파워 장군은 핵무기를 전쟁 승리의 수단으로 간주했다. 미국과 소련이 서로 핵공격을 주고받은 후, 마지막으로 러시아인이 한 명이 살아남고 미국인이 두명이 생존한다면 미국의 승리
2022.11.25 11:15[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미국의 새로운 다자동맹 전략 독해법
미소 간 패권경쟁이 전개되던 냉전시대 초기 미국은 유럽에 다자간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결성했지만, 아·태지역에서는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태국 등과 양자동맹을 체결해 대소 봉쇄정책을 시행했다. 유럽과 달리 아시아에서 미국의 동맹체제가 양자 형태로 전개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설명이 분분했다. 결정적 요인은 한국과 일본 간 식민지 시기 역사적 대립 감정이 너무 강해 당시 존 포스터 덜레스 미국 국무부 장관 등이 추진하던 아시아판 나토 구상에 동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인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아·태지역에 대한 미국의 동맹전략이 기존 양자동맹에 더해 다자동맹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변화 양상을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기 인도·태평양 전략을 표명하면서 결성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간 안보협의체 쿼드(Quad), 호주에 원자력잠수함을 제공하기 위해 미국, 영국, 호주 간 결성된 안보동맹 오커스(AUKUS)가
2022.11.23 11:12[김광진의 남산공방] 확장억제와 핵 비확산
최근 북핵 문제가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와 제7차 핵실험 가능성과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북핵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는 중이다. 확장 억제는 핵보유 강대국의 핵 억제력을 동맹국에까지 확장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 동맹의 역사에서 미국은 1978년 한미 국방장관회담(SCM) 공동성명에서 핵우산을 처음으로 보장했고, 북한의 제1차 핵실험 직후인 2006년 SCM 공동성명부터 확장억제 공약을 명시하기 시작했다. 2009년 SCM 공동성명에서는 미국의 확장억제력은 핵우산, 첨단 재래식 타격, 미사일방어로 구성된다고 적시했으며, 최근의 한미 외교국방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정례화에 이르기까지 확장억제공약은 지속돼왔다. 그런데 미국의 핵우산 보장이 처음 거론된 1978년은 한국이 은밀하게 추진해오던 핵무장계획을 완전히 포기한 시점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확장억제정책은 핵 비확산 정책과 관련이 깊다.
2022.10.28 11:37[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왜 지금 한미일 안보협력이 필요한가
지난달 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은 동해상에서 각각의 해군 및 해상자위대 함정들이 참가한 가운데 대잠수함전 훈련을 공동으로 실시했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한미일 연합군사훈련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증대되는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 한미동맹 강화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억제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론을 거듭 설파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친일국방’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이 일본 자위대를 한반도에 끌어들이는 빌미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이 독도 침탈을 노리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한다. 그러나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이 일본의 한반도 및 독도 침탈을 유발할 것이라는 주장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일본 및 동아시아에서 전개되고 있는 안보 체제 구조와 변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전후 일본은 평화헌법과 미일 동맹의 테두리 안에서 자위대의 대외적 활동을 극력 제한하는 정책을
2022.10.19 11:15[김광진의 남산공방] 핵 억제와 대화 채널
국제적인 제재 속에서도 계속돼 온 북한의 핵 개발은 지난 9월 8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 회의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핵무력을 법제화하는 데 이르렀다. 이 법령은 북한이 국제적으로 책임있는 핵 보유국임을 내세우려는 의도로도 보이지만, 위험에 처할 경우 핵타격을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한다는 조항이 눈에 뜨인다. 북한은 이미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의 지시로 전술핵무기 개발에 돌입한 상태인데, 이와 같은 자동 핵타격 조항은 전술핵무기 지휘통제 권한을 작전부대 지휘관에게 위임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그리고 이번 달 들어 주요 전술핵무기 운반수단으로 알려진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또 했다. 이와 같은 핵무력 법령 조항, 전술핵무기 개발 지시, 전술핵 투발 수단 실험 지속은 북핵 능력이 전술핵무기 보유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사실 전술핵무기의 특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2022.09.30 11:28[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김정은, 시진핑, 푸틴과 ‘사마천의 함정’
고대 아테네 역사가이자 장군 투키디데스가 저술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서양 역사학의 바이블 같은 위상을 갖고 있다. 투키디데스는 델로스 동맹의 맹주 아테네와 펠로폰네소스 동맹을 이끌던 스파르타 간 전쟁 원인을 “아테네의 권력 성장이 스파르타의 두려움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대의 많은 국제정치학자들에 의해 패권전쟁의 주요 원인으로 해석돼왔다. 그레이엄 엘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이 구절을 토대로 소위 ‘투키디데스 함정’ 이론을 제시하면서 역사상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국이 대립한 16가지 사례 가운데 12차례가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투키디데스 함정과 같은 전쟁원인론이 지나치게 구조결정론에 치우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지만 영미권 학자들이 2000여년 전 역사서에서 현대 국제정치에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 법칙을 찾으려는 노력을 경주한 점은 경의를 표할 만하다. 동양 고전역사서들, 특히 전한(前漢)시대
2022.09.14 11:23[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일본·호주와 함께하는 핵공유 체제 고민해야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회의가 열리고 있다. NPT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의 핵 보유는 예외적으로 인정하면서 이들 간 핵군축을 추진하고 이들 외에 핵확산을 방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5년마다 재검토회의를 열어 회원국 간 비확산과 핵군축 과제 이행 현황을 평가한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7년 만에 열린 올해 NPT 회의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핵보유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데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전황에 따른 핵무기 사용 여지를 내비쳤다. 중국은 현재 300기 수준의 핵무기를 2030년까지 1000기로 확장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미 NPT 탈퇴를 선언한 북한은 핵무기 보유 수량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승절 연설 등을 통해 한국과 미국에 대한 선제 핵사용 위협을 시사했다. 1960년대 후반 NPT가 창설된 당시 기대와 달리 핵군축과 비확산 전망이 어느 때보다 어두워졌고 오히려 핵확산과 핵
2022.08.10 11:21[김광진의 남산공방] 한미동맹에서의 우주 협력과 우주 억제
지난달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도 독자적인 위성발사체를 소유한 국가들이 드는 우주클럽에 가까이 서게 됐다. 물론 세계 상업위성 발사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리 우주발사체의 신뢰도를 더 높일 필요는 있다. 우주발사체의 신뢰도는 발사 성공률로도 측정되는데 발사체 운용기간의 실패 사례가 적을수록 높아진다. 국제 위성 발사 수주시장에서는 95% 수준의 신뢰도는 있어야 보험회사들을 만족시킬 수 있어 경쟁에서 유리해진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높다고 알려진 러시아 소유즈 로켓은 1963년부터 2000년까지 1088회 발사를 성공시키는 가운데 8회의 실패 기록만 남겨 99.3% 신뢰도를 갖고 있다. 이렇듯 우주발사체의 신뢰도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의 우주개발에서 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후발 우주개발국으로서 선진국과의 협력이 중요할 수 있는데 다행히 우리는 한미 동맹이라는 자산이 있다. 마침 올해 5월 한미 정상회담
2022.07.29 11:18[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나토·러시아 협력 종언...강대국 대립시대 국제전략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는 최근 ‘전략개념 2022’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유럽·대서양 지역 동맹의 안보와 평화에 가장 중대하고 직접적 위협이라고 공식선언했다. 이로써 1990년대 이후 탈냉전시대 지속된 나토와 러시아 간 협력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외교와 군사, 경제 분야에 걸친 전면적 대결의 국면 전개가 불가피하게 됐다. 지난 2월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공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이 경제력과 군사력 등 강화를 통해 영향권을 추구하며 도전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 같은 도전에 직면해 통합억제 군사전략 개념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5개 동맹국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쿼드(Quad)와 오커스(AUKUS) 등을 통해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들을 연결하는 정책을 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토의 새로운 전략개념에서도 이 같은
2022.07.06 11:36[김광진의 남산공방] 누리호 발사 성공…국방과 민간 우주력
한국 민간우주력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누리호’ 발사가 대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때마침 국방부는 국방우주력 건설을 위해 국방우주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제 국방우주력과 민간우주력의 관계를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 할 때인 것 같다. 미국의 민간우주력을 이끌었던 유인 우주 프로그램은 1960년대 유인 달 탐사 비전 선언 이후 대규모로 확대됐으나 최초의 인간 달 착륙을 정점으로 투자가 다시 감소했던 바 있다. 그리고 2020년 미국의 유인 달 탐사 재개 선언에 따라 투자는 다시 확대될 전망이다. 이것은 시간적 흐름에 따라 민간우주력 발전의 부침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상용우주력에서도 정부 또는 정부를 대리하는 대기업들의 위성 발사 수주 경쟁부터 뉴스페이스 시대에 부상한 벤처 우주기업들의 활동에 이르기까지 시간에 따른 변화가 있어왔다. 이렇듯 역사 속에서 민간우주력과 상용우주력의 변화가 있었다는 것은 국가우주력 내의 나머지 영역인 국방우주력과의 관계 역시
2022.06.24 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