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의 남산공방] 과학기술 혁신 시대의 국방 인재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과학기술 혁신이 여러 분야에서 키워드가 되고 있으며, 국방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국방과학기술 발전은 미래 국방의 중요한 화두이며, 이 같은 맥락에서 인공지능(AI)과 무인 자율무기와 같이 게임체인저도 될 수 있으며, 부족한 인력을 대체할 수도 있는 능력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렇다면 이 같은 인공지능과 무인 자율무기 시대의 국방 분야 인재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물론 과학기술 자체에 대한 이해와 그 중요성에 대한 공감 능력이 우선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과학기술 자체만이 아니라 그와 함께 동반될 현상에 대한 대처 능력 역시 필요할 듯한데 이 부분은 통상 간과되기가 쉽다.

과학기술 혁신에도 계속 나타날 수 있는 현상 가운데 첫 번째는 인류의 전쟁역사에 항상 개입해왔던 우연과 행운이다. 인류는 지금도 과학기술을 통해 우연과 행운으로 말미암은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과학기술이 완벽하게 불확실성을 통제할 것이라고 용감하게 장담하는 사람은 없다. 두 번째, 전쟁에서의 불확실성은 상대방의 정보를 왜곡하고 기만하려는 능력 때문에도 발생해왔다. 이 상황의 대비에서 과학기술이 도움은 되겠지만 상대방도 대등한 과학기술 능력을 보유했다면 과학기술 자체가 해법이라고는 할 수 없게 된다. 세 번째 현상은 과학기술 혁신이 더 빨리 새로운 무기 체계를 제공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신무기 체계에 숙련돼야 할 시간도 짧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우연과 행운, 정보의 기만, 신무기의 적응 문제는 인류의 마지막 총력전 경험인 제2차 세계대전 역사에서도 드러난다. 당시 태평양 미드웨이해전 당시 일본 항공모함 상공에 미군의 급강하 폭격기들이 정확한 타이밍에 나타나 5분 이내에 항공모함들을 모두 격침했던 ‘운명의 5분’은 과학기술 덕분도, 지휘통제의 우월함 때문도 아니었다. 단지 전쟁의 불확실성 속에서 어느 한 쪽에만 우연히 주어진 행운이었을 뿐이다. 같은 시대 독일과 소련은 무기 체계와 군사기술이 대등했는데 1941년 개전부터 1942년 여름까지는 독일의 기만이 성공했고, 1942년 겨울 스탈린그라드 포위와 1944년 여름에는 소련이 기만에 대성공을 거뒀다. 이것은 대등한 수준의 무기 체계와 기술로는 상대방의 기만을 분별해내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1942년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의 첫 해전에서 일본 해군은 레이더가 없었지만 레이더를 보유했으나 신무기에 숙련되지 못했던 미국 함대에 전술적으로 승리했다. 우월한 과학기술일지라도 숙련되지 못했을 때의 문제점이 드러난 예시라 할 수 있다.

이런 사례들은 인공지능과 무인 자율무기 시대의 인재들에게 전쟁의 우연과 행운이라는 불확실성에 대처하고, 상대의 기만 가능성을 대비하며, 급변하는 무기 체계에 신속히 숙련될 수 있는 능력도 요구됨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국방 분야 인재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새로운 과학기술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제 미래 국방에서는 인공지능과 무인 자율무기를 개발하고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전히 존재할 불확실성에도 대처하는 인재의 선발과 교육에 관한 관심을 확대해야 할 때다.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공군대학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