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불황의 늪에 빠진 국내 증시에 10조원 안팎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오고 있다.
증권사들은 추경의 효과와 이에 따른 수혜 종목 따지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추경에 따른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개선될 경우 투자심리가 회복돼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현재 국내 증시는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 2분기 실적 삼성전자 착시효과, 외국인 수급에 대한 경계심 고조 등 각종 악재에 직면한 상황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은행의 ‘깜짝’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정부의 추경 편성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여당에서 “상당한 규모의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정부도 “재정 역할을 검토하겠다”는 등 호응의 뜻을 내비치면서 ‘추경론’에 불이 붙었다.
관련 업계에서도 조선ㆍ해운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실직 사태, 수출경기의 더딘 회복 등으로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오는 28일 ‘2016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추경 편성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추경의 필요성이 커지는 동시에 당장 추경 편성을 위한 세수도 충분한 상황”이라며 “지난해 세계잉여금(정부 예산에서 쓰고 남은 돈)으로 1조7000억원 가량 확보됐고, 올 4월까지 세수 진도율은 43.5%로 금액은 지난해 동기대비 18조원이 더 걷혔다”고 설명했다.
현재 증권가에서 추정하는 추경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0.6% 수준인 10조원 내외다. 이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은 0.2~0.3%포인트가량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확장적인 재정정책은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편성목적은 조금씩 다르더라도 추경이 주가 상승을 견인한 사례는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는 점에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올해처럼 기준금리 인하와 추경 편성이 동반됐던 경우는 2000년 이후 총 8번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스피는 3개월간 평균 7.3%, 6개월간 평균 20.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사례로는 추경 편성 후 각각 ‘버냉키 쇼크’(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언급)와 ‘위안화 절하 쇼크’를 직면한 2013년, 2015년을 제외하고는 모든 국면에서 코스피는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
지난 2001년10월 추경(1조6000억원) 이후 코스피는 3개월간 39%, 6개월간 57% 상승하며 가장 높은 성과를 보였다. 28조4000억원규모의 추경이 이뤄진 2009년3월에도 코스피는 3개월, 6개월간 각각 15%, 39% 뛰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그간의 사례를 볼 때 추경은 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특히 펀더멘털을 주시해오던 외국인 투자자들에겐 일종의 ‘신호탄’이 되면서 외국인 수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8번의 국면에서 공통적으로 코스피 수익률을 상회한 업종은 경기소비재, 금융, IT, 에너지 등이었다. 이는 고용 확대와 은행대출 확대 등 ‘내수진작 효과’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따른다.
다만, 전체 추경 규모와 어떤 부분에 집중적으로 예산이 집행될지 여부 등이 구체적인 업종수익률을 좌우할 공산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추경을 앞두고선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은행의 구조조정 부담 노출 등이 과거 사례와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로 정책 조합의 판을 깔아준 만큼 이제 경제정책의 추는 다시 정부에게 돌아왔다”며 “정책공조와 그에 따른 펀더멘털 개선 시 위험자산 투자심리는 호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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