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분양 작년비 160%증가 예정된 단지 대규모 미분양 우려 조선업 등 기반산업 위축 등 겹쳐
지난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에서 만난 한 공인 관계자는 “김해공항과 서낙동강을 사이에 둔 김해에서 후광(後光)효과를 찾기는 힘들다”면서 “차라리 밀양이 선정됐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에 이은 김해공항 확장 결정에 대해 김해시 사람들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거래는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집값 하락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이어졌다. 공급과잉 논란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성우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김해시지회장은 “김해공항 확장 기대감은 많지만, 사실상 반사이익은 부산 몫”이라며 “기반산업 위축과 지방 주택시장 침체 영향으로 김해시의 회복 가능성은 요원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업계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김해시에서 분양될 물량은 1만2000가구에 달한다. 작년 공급량보다 160% 증가한 규모로, 부동산 시장이 최대 호황을 맞았던 2002년 8930가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공급과잉 논란은 거래 절벽에서 비롯됐다. 대청로 H공인 관계자는 “이달 성사된 거래가 1건에 불과하다”며 “일대가 철저하게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급매만 이따금 이뤄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W공인 관계자도 “신공항 호재가 일대에 퍼진다고 해도 주택시장이 살아날 것이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나마 김해대로와 율하지구는 상황이 나았다. 김해시청에서 30여분을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진영2지구의 그늘은 더 짙었다. 진영읍 K공인 관계자는 “영남권 신공항으로 밀양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에 지난해까지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김해공항 확장 가능성이 없던 때 밀양공항의 수혜지로 김해시 진영2지구가 꼽혔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는 분양이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단지들이 물량을 다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김해시 주택시장 침체는 신공항 발표 전부터 진행됐다. 일각에서는 영남권 신공항, 즉 밀양공항이 가라앉은 일대 분위기를 띄울 것이라고 이야기했지만 헛된 기대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조선업 등 기반시설이 위축되면서 경남지역 부동산을 살릴 소재가 신공항뿐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면서 “안팎에서 신공항 호재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실제 신공항보다 도로와 철로 등 기반시설이 절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일대 견본주택에서도 ‘김해신공항’이라는 수식어를 찾아보긴 힘들었다. 되레 분양업계에서는 관련 이슈를 멀리 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정치바람에 지역민심이 갈렸고, 소음문제와 세(稅) 부담 논란 등이 수요자들에게 민감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계산이 작용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분양 관계자는 “신공항이 일부 수요자에게 지역감정을 자극할 수 있어 되도록 신공항과 연관을 짓지 않으려 노력 중”이라며 “김해공항은 김해가 아닌 부산 일부지역에 해당하는 마케팅 요소”라고 말했다.
신공항 수혜와는 거리가 멀지만 분양시장의 긍정적 전망은 있었다. 진영읍 L공인 관계자는 “그간 김해시에 공급이 충분하지 않았고, 입주를 시작하는 시점에는 갈아타는 수요가 많아질 수 있다”며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처럼 김해시 내에서도 기존 아파트와 신규 아파트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기준 김해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732만. 창원(847만원), 거제(760만원)에 이어 경남지역에서 세 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10년새 매매가격은 104%(358만원→732만원) 올랐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 5월 김해시 분양권 실거래가 총액은 408억5611만원으로 부산 동래구(318억1629만원)보다 높았다. 분양권 총액과 프리미엄 총액은 각각 389억6034만원, 18억9577만원으로 집계됐다. 내집마련 수요가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일각에서는 김해시의 많은 지역주택조합이 부동산 시장 회복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분담금 등 조합원들의 심적 부담과 내홍으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땅값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율하지구 W공인 관계자는 “법적으로 강제성을 가진 지침이 없고 제도적인 안전장치가 없어 주택시장을 침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과 집단대출 규제 등 악재가 산재해 신공항 호재가 하루빨리 퍼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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