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노동개혁 관련 법안 중에서도 비정규직 법을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 여당과 야당의 대치 양상은 20대 국회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19대 국회 때 추진했던 노동개혁 법안 중 파견근로자법과 기간제근로자법은 야당과 노동계의 극심한 반발로 끝내 처리가 불발됐다.

정부와 여당은 이들 법안의 경우 중소기업을 비롯해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업 중고령층 근로자들의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된다며 입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와 야당은 이들 법이 통과되면 비정규직만 확산된다며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소야대 양상이 된 20대 국회에서는 이들 비정규직법 처리가 더 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노동개혁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쟁점을 다시 짚어보고, 노동시장 내 파급효과 등 보다 세분화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견법 개정안은 55세 이상 고령자와 근로소득 상위 25%인 고소득 전문직, 금형ㆍ주조 등 ‘뿌리산업’에 파견 근로자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구인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들과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업이 예상되는 조선업 등은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해 파견 허용업종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정부와 여당이 기간제법 처리를 뒤로 미루더라도 파견법만큼은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노동계와 야당은 뿌리산업에 파견이 허용되면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 전반으로 파견 근로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견법을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며 반대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뿌리산업 등 논란이 큰 분야로 확대 적용하기보다 우선 고령층만을 대상으로 파견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영세기업 등의 수요와 퇴직 또는 실직을 앞둔 고령층의 공급이 맞아떨어져 타협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령자의 은퇴 후 일자리,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실업 등을 감안할 때 고령층에 한정된 파견법 적용은 여야가 조율이 가능할 것”이라며 “고령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지속할 수 있게 해 줘야한다는 점을 강조해 한시적인 파견제 허용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간제법도 비정규직 처우가 개선되는지, 비정규직 수만 늘리는지 여부를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간제법은 35세 이상 근로자가 원할 경우 기간제 계약을 현행 2년에서 2년 더 연장(4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근로자들이 계약기간 연장을 선택할 수 있게 해 불안정한 고용을 해소하고, 직무의 숙련형성 기회도 높여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동계와 야당은 현재 사업장이 2년 계약 후 계속 고용할 경우 정규직 전환이 의무화돼 있지만 2년 더 연장이 가능해지면 정규직 전환은 더 힘들어 질 것으로 보고 있다. 4년짜리 비정규직 근로자만 확대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4년이란 기간제 사용기간만 쟁점으로 부각되다보니 기간제법에 담긴 기간제 근로자 퇴직급여 적용 확대, 쪼개기 계약 방지 등 보호방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 사업장에서 3개월, 다른 사업장에서 2개월 근무하는 방식의 쪼개기 계약은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대 국회에서는 노동시장 내 공급-수요, 비정규직 보호 등 실용적 관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기간제법도 4년이란 기간에만 얽매이지 말고 퇴직금 적용, 쪼개기 계약 방지 등 비정규직 보호방안을 종합적으로 다뤄야 절충이 가능한 영역이 생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