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어릴 적 놀이동산에서 봤던 빨간 전차다. 색색의 풍선과 노란 꽃다발을 매단 전차는 금방이라도 ‘빵빵’ 기적소리를 내며 달릴 듯하다. 전차에는 귀여운 푸른 곰과 코끼리가 승차해 있다. 화면 오른쪽의 곰 두마리는 코끼리 코를 붙잡은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빨간 전차 위로는 앙증맞은 장난감 기차가 달리고 있고, 노란 자동차는 거꾸로 매달려 있다. 전차 저 멀리로 히말라야 설산(雪山)과 고성(古城)도 보인다.
전차의 전면부에도 뜻밖의 반전이 숨어 있다. 높은 파도 위에는 돛단배와 대형 크루즈 선이 항해 중이고, 디즈니 영화에 등장하는 멋진 성채도 보인다. 대단히 이질적인 소재들이 모여 한폭의 환상적인 동화를 이루고 있다. 더없이 경쾌한 이 그림은 박현웅의 신작이다. 박현웅은 ‘숨은 그림 찾기’라는 타이틀로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선화랑(대표 원혜경)에서 오는 30일부터 내달 20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박현웅은 전혀 이질적인 요소들을 하나로 묶어 꿈같은 판타지를 구현한다. 한 화면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것들이지만 묘하게도 잘 어우러진다. 작가는 여행을 즐긴다. 유럽 여행 중 보았던 스페인풍경, 그리스 언덕, 스위스의 산맥이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한다. 여행 중 만났던 빨간 이층버스, 기차, 자동차, 풍선들은 감상자들을 현실 저 너머, 유토피아의 세계로 이끈다.
작가는 “일부러 정반대의 것들을 하나로 뒤섞곤 한다. 어릴 때부터 공상을 즐겼는데, 작업에 있어선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넘나들수록 더 흥미로운 작업이 나오는 것같다”며 “다양한 감각을 동시적으로 호소하는 공감각성을 드러내고 싶다. 기억과 회상이 실제 장면과 병치되거나 결합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드러내는데 촛점을 맞춘다"고 밝혔다.
박현웅은 핀란드산 자작나무를 손으로 깎고, 오린 뒤 일일이 물감을 칠해 캔버스에 겹겹이 붙인다. 자작나무를 쓰는 것은 나무의 단단함과 뽀얀 빛깔이 작업하는데 가장 적당하기 때문이다. 때로 러시아 산 자작나무도 쓰는데, 추운 지방에서 자란 나무라서 그런지 경도가 단단해 깎고 무늬를 새겨넣는게 제격이라고 한다.
박현웅의 회화는 3~4겹은 기본이고, 6~7겹씩 올려져 입체감을 선사한다. 대학에서 금속조형디자인을 전공한 작가는 데뷔 초에는 금속으로 작업을 했다. 그러나 표현의 한계가 느껴져 자작나무로 작업하기 시작했다. 나무의 따뜻한 질감과 여러 색 물감을 잘 수용하는 특징이 좋아 당분간은 힘들더라도 나무를 깎고 오리는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박현웅은 “참담한 사고 때문에 너나없이 우울에 빠져 있다. 그 어두운 마음에서 잠시 벗어나 어린 시절 따뜻한 추억을 떠올리며 평안함을 되찾았으면 한다. 내 그림은 모두들 어린이를 위한 그림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어른을 위한 그림”이라고 했다. 작가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재밌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작품 속에 숨겨져 있는 연필 모자 팽이 돛단배 같은 작은 그림을 찾아내는 관객에게는 친환경 연필을 제공한다. 총출품작은 40점. 02)734-04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