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골프여제는 유독 흰색을 좋아한다. 큰 경기나 우승을 앞둔 최종라운드에선 아예 상하의를 모두 흰옷으로 통일하기도 한다. 그는 “첫 우승했을 때 흰 옷을 입었다. 흰색 의상을 입으면 경기가 잘 풀리는 느낌이다”고 설명했다.
10일(한국시간)에도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모두 흰색으로 맞춰 입고 등장했다.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고 중요한 날임을 알리는 그만의 ‘의식’같았다. 전세계에 ‘백의민족’ 한국 선수가 또 하나의 빛나는 골프역사를 쓴다는 사실을 선언하는 듯 했다. 차분하고 담담하게 18홀을 마친 뒤, 골프여제는 드디어 ‘명예의 전당’에 오르며 골프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박인비(28)가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사할리 골프클럽(파71)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치고 명예의 전당에 공식 입회했다. 2007년 박세리(39)에 이어 아시아 선수로는 두번째, 역대 25번째 회원이다. 최연소 입회 기록(27세 10개월 28일)도 세웠다. 박인비가 18번홀 마지막 퍼팅을 마치자 그린 뒤에서 기다렸던 박세리, 안니카 소렌스탐 등 많은 선후배, 동료 선수들이 박인비를 끌어안고 꽃다발을 전달하며 축하했다.
박인비는 지난해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를 수상하면서 명예의 전당 입회에 필요한 27포인트를 모두 채웠다. 이번 대회 출전으로 ‘LPGA 활동기간 10년’을 기록하면서 마지막 요건을 충족했다. 박인비는 LPGA 투어 통산 17승(메이저 7승)을 기록했고 올해의 선수(2013년), 베어트로피 2회 수상(2012, 2015년) 기록도 갖고 있다.
2008년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는 4년 가까이 긴 슬럼프에 빠졌다가 2012년 2승을 올리며 부활했다. 2013년은 최고의 해였다. US오픈과 나비스코 챔피언십, LPGA 챔피언십 등 3연속메이저 우승을 포함해 시즌 6승을 달성했다. 그 해 한국인 최초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브리티시 오픈 정상에 오르며 역시 한국인 첫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박인비는 “골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꿈이었던 명예의 전당에 올라 행복하다. 정말 소중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며 기뻐했다. 박인비는 이날 버디 3개와 보기 4개로 1오버파 72타를 기록하며 공동 23위에 랭크, 여자골프 최초 단일 메이저 4연패를 향해 무난한 출발을 했다.
한편 현재 왼손 엄지손가락 부상을 안고 있는 박인비는 2016 리우올림픽 출전에 대해 “올림픽 전에 컨디션이 살아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내가 불참한다면 대신 나갈 선수가 준비할 수 있도록 미리 결정해야 한다. 적절한 타이밍에 최선의 결단을 내리겠다”고 말해 이달 안으로 출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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