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 직장생활 6개월차, 26세 여성 이모씨. 전주에서 올라와 서울 연희동에서 자취 중인 이모씨는 집에 TV가 없다. 하지만 놀거리는 충분하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침대에 누워 모바일로 유튜브를 튼다. 늦은 밤 배고 고플 땐 아프리카 BJ들이 자막까지 달아놓은 먹방을 즐겨본다. “아예 라면 먹방을 보자고 마음을 먹으면 10명의 BJ 영상을 몰아봐요. 라면을 끓이는 방식도 취향도 달라 정말 재밌어요.” 이동 중에도 유튜브는 빠지지 않는다. SBS ‘인기가요’ 등 음악방송 무대를 즐긴다. ‘킬링 타임’이다. 노래와 더불어 매번 옷이 바뀌는 걸그룹의 영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관도 굳이 찾을 이유가 없다. 예고편 하나를 클릭하면 연관 동영상을 줄줄이 훑을 수 있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도 유튜브나 네이버TV캐스트를 통해 해결한다. ‘개그콘서트’의 재미있는 코너만 검색하면 그간의 모든 영상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음악도 유튜브로 듣는다. “매달 1만원 정도 하는 정액권을 이용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많이 듣지 않아 돈이 아깝기 때문”이다.

대중문화 소비주체인 20대 여성의 일상이다. TV와는 멀어졌지만 문화를 향유하는 방식은 다양해졌다. 언제 어디서든 보고싶은 영상을 즐긴다. 방점은 ‘모바일’에 있다.

향유하고 소비하는 주체들의 변화는 엔터테인먼트 홍보 생태계의 변화를 가져왔다. K-팝 스타들은 직캠과 커버 영상에 매달리고, 방송가는 짤막한 영상 공개로 이들의 유입을 노린다.

▶ 가요계 “직캠 좀 찍어주세요”, “우리 노래 불러주세요”=유튜브에 올라온 K-팝 스타들의 직캠, 혹은 커버 영상은 이미 놀라운 파급력을 입증했다.

EXID는 2014년 10월 경기도 파주 한마음 위문공연에서 찍힌 하니의 ’위아래‘ 직캠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 영상은 현재까지 2022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엔 걸그룹 여자친구의 ’꽈당‘ 영상이 화제였다. 이 역시 ‘직캠’이다.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진행된 SBS ‘박영선 박지선의 명랑특급’ 공개방송 무대에서 8번 넘어져도 8번 일어선 무대로 신생 걸그룹은 이를 계기로 역주행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제2의 EXID와 여자친구를 꿈 꾸는 아이돌이 적지 않다. 홍보를 위한 기사 한 줄, 음악방송 출연보다 유튜브, SNS를 통한 특별한 영상 하나가 더 큰 파괴력을 발휘하는 요즘이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가수들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노래와 춤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SNS를 통한 영상 홍보가 중요해졌다”며 “직캠 등으로 기사회생한 그룹들의 사례가 보이다 보니 최근 아이돌 기획사에선 팬들에게 직캠을 찍어 올려달라는 부탁을 많이 한다”며 말했다. “기획사가 의도적으로 개입해 주도하는 것은 마케팅이라는 인식만 심어줘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유겸 유니버셜 뮤직 차장)에 노골적인 청탁 사례가 늘고 있다.

또 다른 가요기획사의 고위 관계자도 “인지도와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가수들이라고 해도 자체 페이스북 등에 앨범 발매, 공연 소식 등의 정보를 전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각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모바일 공간을 겨냥해 홍보를 해야하는 때가 됐다”고 말했다. 10~20대를 유입하기 위한 수단은 딩고, 일반인의 소름돋는 라이브(이하 일소라)와 같은 SNS 채널이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보다 자연스럽게 소속가수들의 얼굴과 노래를 알리기 위해 많은 기획사와 레이블에서 신곡을 발매한 가수의 노래를 불러달라거나 라이브 영상을 올려달라고 의뢰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딩고, 일소라를 운영하는 메이크어스 김홍기 이사는 “아티스트와 기획사, 레이블 등에서 먼저 연락이 오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기존 가수의 요청도 많지만 새 앨범을 내거나, 데뷔를 하는 신인들의 마케팅을 위해 연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성공사례가 이미 나왔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5’ 출신 김나영이다. 지난해 12월 30일 발매한 ‘어땠을까’는 최대 점유율을 자랑하는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일주일간 1위에 올랐다. 김나영의 성공은 모바일로 이동한 홍보 방식에 있었다. 메이크어스가 운영하는 딩고뮤직 ‘세로라이브’에 김나영의 라이브 영상이 올라오며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확산 공유됐다. 딩고뮤직의 ’세로라이브‘는 이미 숱한 역주행 아이콘을 탄생시키며 가요계의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떠올랐다. 백아연을 시작으로 마마무, 이성경, EXID, 빌보드 1위 가수인 ‘찰리 푸스(Charlie Puth)’도 세로라이브와 함께 했다.

가요기획사에서 영상을 활용한 마케팅에 주력하는 이유는 “음악 콘텐츠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가장 좋은 수단은 들려주고 보여주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음원보다도 영상이 더 중요해진 시대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이유겸 유니버셜 뮤직 차장은 “더 많은 불특정 다수에게 음악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뮤직비디오가 과거 효과를 발휘했고, 현장에서 직접 찍은 영상들이 보고 듣는 것의 조화를 이루며 인기가 높아졌다. 또 소셜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 특출난 일반인들의 커버 영상들이 더 많은 화제가 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 방송가 SNS 홍보 “쪼개서 보내”=모바일 퍼스트 시대의 약자는 TV다. 젊은 시청자는 하루가 다르게 TV를 떠난다. 방송사에선 젊은 세대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최근엔 모바일을 통한 자체 홍보가 부쩍 늘었다.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는 짧은 영상으로 쪼개 네이버TV캐스트를 통해 공개되면 ‘본방사수’를 놓친 젊은 시청자를 통해 소비된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경우 이 같은 영상 활용에 적극적이다. 이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독특한 특성에서 비롯된다.

70분 분량의 프로그램에는 4분 안팎의 코너들이 10여개가 이어진다. ‘개그콘서트’가 16개,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14개, ‘코미디빅리그’ 11개 정도다. 짧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에 연결성이 없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70분 내내 몰입해 보는 시청자는 흔치 않은게 사실이다. 코미디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한 PD는 “모바일을 통해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는 시청 형태의 변화가 불러온 현상”이라고 말했다.

대신 코미디 프로그램은 코너당 4분 분량으로 모바일 환경에서 소화하기에 최적화된 콘텐츠라는 강점을 가졌다. 때문에 지난해부터 업계에선 “모바일과 웹 상에서 코미디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각사를 통해 나오기 시작했다.

’웃찾사‘의 안철호 PD는“코너별 4분 내외의 짧은 콘텐츠라는 특성”이 “모바일 시대에 드라마나 버라이어티 예능보다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현재 각사에서는 SNS는 물론 네이버TV캐스트 등을 통해 프로그램의 코너별 영상을 게재해 네티즌에게 공개한다. 음악 영상이 아님에도 4~5분 분량으로 완결된 콘텐츠는 방송가에선 코미디가 유일하다.

TV를 통해 70분간 이어지는 영상이 코너별로 쪼개 공개되자 코미디 프로그램 소비층은 두 갈래로 나뉘게 됐다. 전통적인 TV 시청층은 중장년 세대 이상으로, 모바일을 통해 소비하는 층은 10~20대로 구분됐다.

’개그콘서트‘와 ’코미디 빅리그‘ 제작진은 “TV에선 이야기 중심의 코넉, 모바일에선 캐릭터와 이미지 중심의 코너가 인기가 높다”며 “연령대별로 선호하는 코미디가 다르다는 걸을 확인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코미디 프로그램이 홍보를 거친 것은 결국 TV 밖 젊은 시청자를 TV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이다. “페이스북 등을 통해 영상을 본 젊은 사람들이 거꾸로 TV로 유입되는 순환구도를 가져가기 위해”(개그콘서트) SNS 등을 적극 활용하고, 공개 코미디 녹화에서 인상적이었던 방척객 반응을 올려 입소문을 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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