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가 김호석 ‘갤러리GMA’ 서 ‘묻다’ 展
칼 같던 붓 끝이 뭉뚝해졌다. 세상 밖을 향해 있던 분노의 시선을 단절시켰다. 지푸라기로 묶어 놓은 불일암의 쭉정이 배추 한 포기처럼, 그는 스스로를 단단히 포박한채 깊은 내면으로 침잠하는 중이다. 끈으로 묶여진 배추 이파리들이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묻는다. 선(禪)은 무엇인가…. 불일(佛日), 부처가 말없이 햇살을 비춘다.
한국의 대표적인 수묵화가 김호석(57)이 광주시립미술관 서울 분관 ‘갤러리GMA’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에는 법정스님 진영이 공개된다. 그는 3년여간 지난한 소송 끝에 최근 해임 부당판결을 받고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로 복직했다.
“산골 어느 마을을 차로 달리고 있었다. 어떤 할머니가 태워 달라며 손을 흔들더라. 방향을 바꿔 30분간을 태워다 드렸다. 그런데 그 할머니, 목적지에 도착해선 “다 왔쇼” 한마디를 던지더니 고맙다는 말도 없이 문을 쾅 닫고 가버렸다. 처음엔 서운했는데 10분 정도 지나니 알겠더라. 저 할머니가 부처구나. 그저 자기 할 일만 하는 사람. 차를 타는 일, 차에서 내리는 일, 본분에 충실하면 그 뿐. 본분이 끝나면 그걸로 끝인 삶에 대해탈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소나무 잡목을 이고가는 할머니를 그린 ‘나뭇꾼 대선사(185.5×183㎝)’, 고마움도 원망도 추켜세움도 없이 때가 되면 밥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가는 그 할머니의 모습 속에서 김호석은 세상 곳곳에 널려있는 부처의 모습을 봤다. 격물(格物)을 통한 자기 성찰은 ‘불일암(125×111㎝)’의 배추에도 드러나 있다. “스님은 자신이 먹을만큼만 저장하고 나머지는 살려두셨다. 묶어 놓은 배추는 겨우내 불일암을 지키는 주인이었다.”
김호석은 엄동설한에 몸을 웅크린 채 시선을 밖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돌리고 있는 배추에 법정의 삶이 있고 선의 정신이 있다고 믿었다. 지난 3년간 사물과 교류하며 불교의 선을 수행하는 구도자처럼 자기 자신을 타자화하고자 한 그는 충족감이 아닌 ‘결여감’으로 화폭을 가득 채웠다.
“먹의 농담이니, 조형美니 그런 게 뭐가 그리 중요합니까. 그저 연습하는 기분으로 그렸지요. 내 그림들 중 가장 많이 느슨해진 작품들일 겁니다. 그런데 더 좋아지지 않았나요?” 전시는 5월1일부터 6월 8일까지 열린다.
김아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