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부대 앞에서 500m 이상 떨어지면 안 됩니다. 주변 신축 빌라 때문에 값이 빨리 떨어지는 빌라보다는 아파트가 투자용으로는 낫죠. 미군들은 아파트 실내에서 바라보이는 조망을 중시해요.”
내년과 내후년까지 미군 기지가 평택으로 대거 이전합니다. 국내 미군기지의 대명사격인 동두천, 의정부, 용산의 미군기지가 대부분 2016년까지 평택으로 옮긴다는 얘깁니다.
평택의 미군기지는 크게 2개로 분류됩니다. 하나는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일대의 미 육군기지 캠프 험프리스(K-6)이고, 또 하나는 평택시 송탄동 일대의 미 공군기지 오산에어베이스(K-55)입니다.
팽성의 미 육군기지는 완전히 새로 만든 기지이고, 송탄의 미 공군기지는 예전에 있던 부대를 확대하는 겁니다. 팽성 기지의 면적은 약 1465만㎡에 달하고 송탄 기지는 약 930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 기지를 합하면 총 2395만여㎡의 규모가 됩니다.
평촌신도시가 510만6000㎡, 판교신도시가 921만9000㎡, 분당신도시가 1963만9000㎡, 세종시 행정복합도시가 7290만8000㎡의 규모임을 감안한다면 두 기지를 합한 평택 미군기지 규모는 분당신도시와 평촌신도시를 합한 규모와 비슷하다고 얼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말 엄청나게 큰 규모지요. 해외 주둔 미군기지 중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미 육군기지가 있는 팽성과 미 공군기지가 있는 송탄은 행정구역상 같은 평택시이긴 하지만 두 기지는 차로 40분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상당히 멉니다. 서울~송탄 구간은 차로 이동하는데 약 한시간 반, 서울~팽성 구간은 약 2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송탄과 팽성의 분위기는 많이 다릅니다.
송탄은 이미 미군 기지가 있던 곳이라 부대 주변으로 이미 시가지가 형성돼 있습니다. 이태원과 분위기가 비슷해 경기도의 이태원이라고도 불립니다. 부대 앞에 신장쇼핑몰, 송탄국제중앙시장 등의 상권이 발달해 있습니다.
팽성은 송탄에 비하면 허허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부대만 있고 그 앞 대로변에 상권이 발달해 있지만 아직 개발을 시작하지 않은 미개발지와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오는 2016년까지 팽성은 미군 인원 약 4만여 명이 거주하는 대규모 신도시(?)로 거듭날 예정이어서 발전 가능성은 더 높아 보입니다. 미군 기지 이전이 본격화되면 팽성의 주택난 또한 가중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3월 19일 주한미군 측은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국내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주한미군 주택 민간투자 포럼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미군 측은 기지 이전이 완료되는 2016년께부터 주택난이 가중돼 6700여 가구의 민간 주택 추가 공급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현재 팽성 일대 민간 주택 공급 규모는 약 2200여 가구여서 기존 주택의 3배량이 더 공급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섣부른 투자도 주의해야 합니다. 일부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제시한 미군 대상 수익형 부동산 분양 광고를 맹신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일단 현장을 방문해 분위기를 느껴보는 게 좋습니다. 부동산은 발품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미군 대상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필요한 원칙도 공부해야 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정리한 원칙은 대충 이렇습니다.
계급이 낮은 미군을 대상으로 한 렌탈사업의 경우 부대와의 거리가 절대적입니다. 계급이 낮은 미군 병사는 차량을 보유할 수 없어 반드시 도보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비상 상황에 신속히 부대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계 거리는 500m입니다. 부대에서 500m를 넘으면 액수가 뚝 떨어집니다.
최근 송탄 일대에서 부대 이전 호재를 업고 신축 빌라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기존 빌라의 값은 계속 떨어지고 신축 빌라는 예전만 못한 렌탈 수익을 올리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버티는 경우가 많다는 전언입니다. 기존 주택을 헐고 빌라를 짓기는 쉬워 앞으로도 부대 인근 빌라의 가치는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송탄 부동산업계에서는 시간과 함께 가치가 하락하는 빌라보다는 아파트가 더 낫다고 조언합니다.
송탄 일대에서 인기 있는 아파트는 약 3개 단지가 있습니다. 아파트의 경우 높은 계급의 미군이 사는 경우가 많아 빌라보다 렌탈 비용도 상대적으로 더 높게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또한 계급이 높은 미군은 차를 몰 수 있어 부대와의 거리도 너무 멀지만 않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미군들도 아파트를 선택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다. 일단 오래된 단지보다 신축 단지, 좁은 집보다 넓은 집을 좋아하는 건 만국 공통입니다. 또한 내부 디자인과 ‘뷰(view)’를 중요시한다고 하니 평수 넓은 아파트에 고층이면 미군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겠지요. 현재 아파트 전용 84㎡의 월세는 150만원 선, 전용 150㎡의 월세는 300만~40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동안 미군 렌탈사업은 미군기지가 있는 용산, 동두천, 의정부에서 하는 사람들만 아는 업종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군 기지 이전이 추진되면서 이 업계에도 한바탕 태풍이 불고 있는 상황이지요. 역시나 최근에는 기존 용산, 동두천, 의정부에서 렌탈 사업을 하던 사람들 다수가 발빠르게 평택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합니다.
미군 대상 주택 렌탈업의 신세계, 궁금증이 좀 풀리셨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