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우리나라가 20년 전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가입했을 때만 해도 경제 성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넘쳤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며 희망은 더욱 굳건해졌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진입도 바로 눈앞에 있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우리 경제에는 ‘저(低)성장’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경기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위기를 기회로 삼을 만한 뾰족한 방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0.5% 증가한 데 그쳤다. 당초 예상보다 0.1%포인트 올랐다지만, 지난해 4분기(0.7%)에 이어 2분기 연속 0%대에 갇혔다.

성장률은 최근 3분기 중 가장 낮아 우려를 더한다.

국민소득은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을 전했다.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393조3000억원으로 작년 4분기보다 3.4% 늘어난 것.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수출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소비ㆍ투자심리가 미약하다.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둔화 등 대외적 불확실성도 도사리고 있다.

실제 민간소비는 전기대비 0.2% 감소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2분기(-0.1%) 이후 3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3분기 1.1%, 4분기 1.4%로 개선되던 소비흐름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이에 따라 1분기 GDP 성장률에서 민간소비의 성장 기여도는 전기대비 -0.1%포인트로 떨어졌다.

메르스 충격으로 소비가 급감한 지난해 2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1분기 총저축률은 전기대비 1.8%포인트 오른 36.2%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36.2%)와 같은 수준으로 최근 4개 분기 중 최고치이다.

국민소득이 늘었지만 그만큼 돈을 쓰지 않고 쌓아뒀다는 얘기다.

1224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으로 씀씀이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소비절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대내외 불확실성이 부각되며 기업들의 투자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1분기 국내총투자율은 작년 4분기보다 1.3%포인트 떨어진 27.4%로, 2009년 2분기(26.7%)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집계됐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항공기 등 부진으로 전기대비 7.4% 감소하는 데 그쳤다. 2014년 1분기(-1.1%) 이후 8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이자, 2012년 2분기(-8.5%) 이후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다.

이에 따라 ‘3.1% 성장,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돌파’라는 목표도 사실상 물 건너갈 위기에 처했다. 더구나 올해는 원ㆍ달러 환율 상승으로 ‘원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3만달러 문턱이 더 높아졌다. 한은의 전망인 연간 2.8% 성장에도 못 미칠 공산도 크다. 저성장이 장기화되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랜 수출 부진과 불확실한 경기 전망으로 설비투자가 감소하고 소비 부문도 정책 효과가 사라지는 모양새”라면서 “2분기에 반등 모멘텀이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조조정이 본격화돼서 그로 인한 실업과 휴직이 대거 발생하면 민간소비가 감소할 우려가 있다”면서도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동원하면 큰 대외적 충격이 없는 한 성장률은 기존 추세를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미리 단정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영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민간소비가 감소한 것은 작년 4분기 정부의 소비 활성화 정책에 따른 기저효과가 상당부분 작용했다”면서 “2분기 항공기 도입이 늘 것으로 보고돼 설비투자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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