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 대학원생들, 그리고 연구원들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살면서 가장 노력을 많이 했던 때가 언제인가요?”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똑같은 답변이 나오는데, 지금까지 예외가 없었다. “대학교 입시 준비하던 때요.”
지표로도 나타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학교 1학년의 학업 능력은 세계 1위지만, 대입 이후 계속 역량이 낮아져서 35세부터는 OECD 평균 이하로, 그리고 55세 이후에는 최하위권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우리는 고등학교 때까지 점수가 인생을 결정한다고 배웠다. 또 다음 세대들에게, 자녀들에게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좋은 직업을 가지면 편하게 돈 많이 벌면서 살 수 있다는 환상을 주입했다.
그러다 보니 그런 직업을 갖게 돼도 공허해 지고, 그런 직업을 못 갖게 되면 패배감에 젖게 된다.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고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개인은 불행해진다. 또 소위 말하는 좋은 직장, 안정된 직장의 의미가 ‘일단 들어가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정년까지 계속 갈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경쟁력을 잃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바탕에는 ‘두려움’이 있다. 노력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노력을 하는 것은 괴롭고 힘든 일이니, 나중에 힘들게 노력하지 않기 위해서, 고등학교 때 참고 나중에 편하게 살자’는 생각이 사회에 팽배하다.
미래의 보상을 위한 현재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인데, 가정부터 잘못됐다. 힘들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 그리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행복을 느낄 수 있다라고 사회는 이야기해야 한다.
이 같은 ‘두려움’은 사회보장제도가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더욱이 근로자들의 정상적인 권리가 보장받기 어려운 기업에서 일하다가 조금만 잘못되면 금방 낙오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기도 하다. 물론 바뀌어야 하지만, 사회 제도를 개선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멈추지 말고 계속 노력을 해야한다.
안타깝게도 현재 ‘노력’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비현실적인 성취를 요구하는 상황을 비꼬거나, 부당한 처우 속에서 그냥 참고 견디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종종 사용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바람직한 노력도 비아냥거리는 시선으로 보는 경우도 많다. ‘노력’의 의미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래서 개개인의 성취로 그리고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의미로 쓰여야 한다.
나이가 들면, 지위가 올라가면 으레 자리를 하나 차지하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마치 능력인 것마냥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30년 전에는 학창시절에 배운 내용만으로 평생 직업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을지 모르나, 지금은 빠른 속도로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있어 항상 배워야 한다.
새로운 기술과 분야가 나오고 사라지는 데에 10년이 걸리지 않는다. 노력을 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살면서 가장 노력을 많이 했던 때가 언제인가요?”라는 질문에 “지금 현재 가장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는,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하는 일을 행복하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사회를 희망한다.-
- 박용근 KAIST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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