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요즘 수도권, 지방을 불문하고 현수막으로 부동산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현수막 단속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제한된 인원으로 메뚜기떼처럼 확산되고 있는 현수막 마케팅을 단속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겁니다.

왜 현수막 마케팅이 활개를 치는 걸까요. 그 속사정을 들여다 봅시다.

아파트 분양 시장은 억대의 상품이 거래되는 큰 시장입니다. 500~1000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를 성공리에 분양한다는 건 수개월만에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의미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고가 상품을 팔려다 보니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부동산 호경기에는 아파트 마케팅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갔습니다. 당대 최고의 인기 스타를 모델로 기용하고, 그 모델을 활용한 ‘명품’ CF를 각종 미디어를 통해 연일 반복적으로 내보내다 보니 한두푼에 끝날 일이 아니었던 거지요.

그런데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아파트 마케팅 시장의 거품이 확 빠졌습니다. 최고 인기스타가 나오는 아파트 광고는 자취를 감췄고, 각종 미디어에서 아파트 분양 광고 자체를 쉽게 접할 수도 없게 됐습니다. 건설사가 마케팅 비용을 대폭 축소한 여파입니다.

문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6년간 지속됐던 극심한 침체기의 터널 끝에 올해 아파트 분양 시장이 대목을 맞이했다는 겁니다. 올해 아파트 분양 물량은 26만1000여 가구로 2000년대 들어 최대 물량입니다. 그렇다고 지난 몇 년간 극심한 부동산 침체기에서 오직 생존만을 위해 고군분투해 온 건설 및 분양대행업계가 갑자기 돈을 물쓰듯하던 옛 마케팅 방식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합니다. 분양대행업계는 최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고효율’ 마케팅 기법 찾기에 골몰했고, 그 해답으로 나온 게 현수막 마케팅이라는 전언입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옛날에는 분양 광고가 메이저 방송이나 신문을 타면 ‘콜(분양대행사로 오는 문의전화)수’가 상당했는데 요즘은 몇 건 안 된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인터넷TV 등의 발달로 방송 광고는 건너 뛰는 경우가 많아졌고 오프라인 신문을 보는 사람도 별로 없다”며 “그래서 요즘은 온라인 마케팅이나 직접 직원들이 현장에서 발로 뛰는 마케팅에 치중한다. 그렇게 하는 경우 콜수도 훨씬 많다”고 했습니다.

표현이 반복됩니다만 현수막 마케팅의 장점은 최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겁니다.

현수막 제작비는 개당 5~6만원 선. 이 현수막을 설치하는 인력만 잘 동원한다면 오히려 뻑적지근한 광고보다 오히려 훨씬 많은 콜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이 방법의 단점이라면 불법 현수막이 지자체에 의해 적발돼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벌금 액수가 지역에 따라 건당 20만~80만원 수준이어서 10건이 적발되더라도 수백만원 수준의 벌금만 물면 되므로 오히려 수천만~수억원이 들어가는 다른 마케팅 방식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이런 판단에 따라 현수막 마케팅은 보다 조직화, 전문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옛날에는 현수막이 적발되면 마케팅 직원이 그 벌금을 물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분양대행사가 아예 시작부터 ‘벌금 지원’을 전제로 현수막 마케팅에 들어갑니다. 물론, 현수막 제작비용 지원은 기본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현수막에 명시된 전화번호로 ‘콜’이 들어와 계약으로까지 연결되면 그 현수막 마케팅을 한 직원에게 더 큰 보상이 주어집니다. 계약이 체결되고 계약금이 입금되면 아파트 전용 59㎡는 300만~400만원, 84㎡는 350만~500만원의 수수료가 지급된다고 합니다.

메뚜기도 한철이라지만 운이 좋으면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입니다. 불법 현수막이 창궐하는 맥락이 이해되는 대목입니다. 아울러 현수막의 순기능을 옹호하는 주장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불법, 편법이 만연해 있는 현수막 마케팅의 세계를 미화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