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뜨거운 햇살이 형형색색 파라솔을 밝힌다. 오고가는 사람들의 행렬에선 즐거운 비명 소리가 들린다. 팔도에서 올라 온 각종 농수산물과 토속품들은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의 발길을 잡는다. 매달 4일과 9일, 분당선 모란역 5번 출구를 나서면 형형색색으로 치장한 파라솔이 즐비한 장이 선다. 1만 2000㎡의 대원천 복개지 위에 닷새마다 열리는 모란민속장이다. 동서로 길게 펼쳐져 그 길이만 300m가 넘는다. 모란민속장 상인회에 따르면 등록된 상인들 수만 해도 1000여 명에 달한다. 각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까지 합하면 1만5000명이 훌쩍 넘는다. 모란은 1960년대 성남 일대 황무지를 개간하면서 붙인 지명이다. 홀어머니를 평양에 두고 남하한 김창숙이란 이로부터 시작됐다. 군에 입대한 뒤 한국전쟁을 거쳐 대령으로 예편한 그는 황무지였던 지금의 모란시장 주변을 개간했다.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자 어머니가 살고 있는 평양을 상징하는 ‘모란’이라는 지명을 붙였다. 그 후 생계 문제가 대두되면서 5일장을 열게 되는데 이것이 모란민속장의 시초라 한다.

모란민속장은 인근 지역의 급속한 현대화 물결 속에서도 쇠퇴하지 않았다. 오히려 찾는 이가 매년 늘고 있다. 인근에 백화점과 할인매장 등 대형유통매장이 빼곡하게 들어섰지만 향수를 느끼려는 어르신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저렴한 생필품들을 구하려는 알뜰주부들도 몰려든다. 최근에는 삭막한 콘크리트 숲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토종 재래시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학습장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평소엔 무채색인 이 곳은 5일장이 펼쳐지는 날이면 넘쳐나는 활기로 눈과 귀가 즐겁다. 오늘도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장바구니 가득 추억을 담아 간다.

글·사진=안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