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규제혁파도 못하면서 성장과 일자리를 바란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ㆍ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잡으려 한다)다”(5월10일 국무회의)
“풀을 베고 뿌리를 제거하지 않으면 싹은 다시 돋아나기에 뿌리까지 확실히 없애라는 참초제근(斬草除根)이란 말이 있다. 규제는 꾸준함과 인내심을 갖고 뿌리 채 뽑아야 성공할 수 있다”(5월18일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 등 국정현안과 관련해 최근 언급한 사자성어들이다.
박 대통령은 핵심 국정현안의 배경과 내용에 대한 발언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사자성어를 자주 활용해 왔다. 사자성어뿐 아니라 논어와 장자 등 경전도 종종 인용하곤 한다.
지난 11일 이란과 멕시코 방문 결과와 관련한 경제외교 성과 확산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장자의 제물론에 등장하는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ㆍ길은 걸어가면서 만들어 진다)을 인용해 급변하는 무역환경에 대응한 새로운 시장 개척 노력을 당부했다.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도 장자에 등장하는 우물 안 개구리 이야기를 꺼낸 뒤 규제혁파를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경전과 사자성어 활용 뒤에는 만만찮은 한문실력이 자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3년 6월 중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진행된 CCTV와의 인터뷰 뒤 앵커의 사인 요청에 살아가는 동안 도리를 거스르지 않고 마음 편하도록 힘쓰면 그것으로 좋다는 의미의 ‘人生在世(인생재세) 只求(지구) 心安理得(심안이득) 就好了(취호료)’라는 문장을 즉석에서 적어 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취임 첫해 뒤늦게 출범한 신설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마지막 글자를 탄식할 ‘탄’(歎)에서 탄환 ‘탄’(彈)으로 바꿔 생각해보자면서, 늦었다고 탄식할 게 아니라 총알 같은 속도로 열심히 일해달라고 당부한 일화에서도 박 대통령의 내공을 엿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경전과 사자성어의 직접 인용에 그칠 뿐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더하기도 한다.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답을 뜻하는 ‘우문현답’을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로, 또 창조경제의 가시적 성과는 문화융성에 답이 있다는 의미를 ‘창가문답’으로 압축해 제시한 것이 한 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어법은 복잡한 정책과 관련해 짧고 간결하지만 강렬하고 핵심을 찌르는 표현으로 국민들 기억 속에 오래 남고 실제 정책담당자들이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신대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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