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썰매를 탄다’는 장애인의 현실을 담은 영화도, 아픔을 드러내는 영화도 아니다. 한국 아이스하키 역사상 최초로 세계대회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아이스슬레지하키 국가대표팀의 평범한 일상과 진솔한 웃음을 전한다.

김경만 감독은 장편 데뷔작으로 스케이트 대신 썰매를 이용하는 장애인 아이스하키인 아이스슬레지하키를 택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 속에서도 묵묵히 노력하는 장애인 선수들에게 끌렸다. 김 감독은 “장애인 친구들이 왜 이렇게 위험한 운동을 할까”라는 궁금증으로 처음 강원도청의 실업팀을 만났다고 했다. 그 뒤 3년 간 동거동락하며 그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다.

# 장애는 행복의 걸림돌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썰매를 탄다’는 김경만 감독에게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게 만들었다. 작은 것 하나에도 기뻐하는 장애인 선수들을 보며 행복에 대한 정의를 다시 썼다.

“그동안 장애인보다 비장애인들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고요. 박우철 선수는 출근길에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행복하대요. 또 대표 팀 주장 이종경 선수는 경기가 끝나고 버스 창문으로 비치는 햇살이 그렇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장애가 행복을 결정짓는 게 아니구나’라고 그때 깨달았죠. 그래서 영화를 찍는 중간 기획의도를 장애인의 현실에서 인간의 행복으로 바꿨어요.”

김 감독은 “몸이 불편할 뿐이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라고 생각하며 선수들과 허물없는 사이가 됐다. 물론 이들과 가까워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신을 경계하는 선수들을 보며 처음엔 가까이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처음 선수들이 나를 보는 눈빛에서 이방인에 대한 적개심이 느껴졌어요. 그동안 수많은 매체가 짧은 시간 안에 감동을 짜내기 위해 이들의 장애를 부각해서 찍었더라고요. 또 방송에 내보낼 때는 내레이션이나 음악으로 선수들의 장애를 불쌍하게 그려냈죠. 저도 그런 매체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 말을 들은 이종경 선수는 “카메라가 찍고 있어도 일부러 호응도 안하고 피할 만큼 매체에 대해 부정적이었어요. 하지만 감독님과 3년 동안 같이 지내다보니 어떤 것을 찍으려하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러면서 속마음도 얘기하고 카메라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장난치고 망가지게 됐어요.”라고 털어놨다.

# 선수들의 리얼 라이프를 담다

김경만 감독은 선수들의 훈련과정부터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까지 전부를 지켜봤다. 그 속에서 선수들의 외면이 아닌 내면을 살펴보게 됐다. “정승환 선수는 배려심이 깊어요. 나이는 어리지만 형들보다 생각이 깊죠. 예전에 손가락에 금갔을 때 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알리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옆에서 보는데 많이 안타까웠죠. 반면에 이종경 선수는 형인데도 막내 같은 스타일이에요. 특히 여자친구랑 투닥거리면서도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 보면 너무 좋아보여요.”

김 감독은 선수들의 실제 모습을 담는 과정에서 영화의 핵심인 갈등이 없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극적인 갈등을 만들 수 없다면 진심을 늘어놔보자”라는 생각으로 선수들의 소소한 감정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 사람들의 진짜 모습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어요. 그러다보니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고 그런 부분들이 잘 섞인 것 같아요. 따라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감정에 복받쳐 울기보다는 먹먹한 여운이 남았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김경만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흥행을 떠나서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기를 원했다. 특히 장애 때문에 자학하고 세상과의 소통을 차단하려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힘이 되고 싶다고 했다.

“사고로 장애를 입은 사람들은 극단적인 생각을 많이 해요. 가족은 물론 친구들도 안 만나고 자신을 고립시키죠. 하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어요. 하지만 운동하면서 장애에 대한 콤플렉스도 아픔도 빨리 극복됐다고 하더라고요. 또 다른 선수들과 만나면서 장애에 대한 거부감도 사라지고요. 마음의 상처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썰매를 탄다’가 따뜻한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온라인 이슈팀기자 /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