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홀 트리플보기 악몽딛고 LPGA 태국인 첫 우승 감격
3년 전, 박인비(28)에게 믿을 수 없는 역전패를 당하고 언니의 품에 안겨 눈물을 쏟았던 그가 이번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린 옆에서 떨리는 시선으로 딸을 지켜보던 어머니도 우승 순간 끝내 얼굴을 감싸쥐고 오열했다. 태국인 최초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챔피언이 된 그는 마치 한편의 드라마처럼 ‘어머니의 날’에 최고의 선물을 안겼다.
아리야 주타누간(21)이 두 차례의 우승 문턱에서 역전패한 악몽을 딛고 태국에 LPGA 투어 첫 우승을 선사했다.
주타누간은 9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프랫빌의 RTJ 골프 트레일 세네이터 코스(파72·6599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4개를 묶어 이븐파를 기록하며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 양희영(27)과 스테이시 루이스, 모건 프레슬(이상 미국) 등의 추격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주타누간은 “마지막 3개홀에서는 너무 긴장돼 손과 다리가 떨려 통제할 수 없었다”며 “항상 함께 있어 준 어머니에게 감사한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주타누간은 18세였던 3년 전 악몽으로 ‘새가슴 골퍼’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당시 주타누간에 역전승한 선수가 박인비여서 국내팬들에게 더 큰 인상을 남겼다. 무대는 주타누간의 조국 태국에서 열린 2013 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 18번홀(파5) 전까지 박인비에 2타 차 선두였던 주타누간은 마지막홀서 트리플보기를 범하며 다잡은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 당시 잇딴 실수로 6번째 샷만에 공을 그린에 올린 주타누간은 1m 거리의 더블보기 퍼트를 넣었으면 연장전은 치를 수 있었지만, 이마저 놓치고 말았다. LPGA 투어 선수인 언니 모리야 주타누간에 안겨 흐느껴 울던 모습, 연장전을 준비하다 우승 소식을 전해들은 얼떨떨한 박인비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오늘의 경험이 좋은 약이 됐으면 좋겠다”고 어린 골퍼를 위로했던 박인비는 이 우승을 신호탄으로 그해 메이저 3연승을 포함해 6승을 거두며 ‘골프여제’로 우뚝 섰다.
주타누간은 지난 4월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도 우승을 향해 질주하다 마지막 3개홀에서 연속 보기를 적어내며 우승을 놓쳤다.
주타누간은 이날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18번홀(파4)에서는 드라이버를 잡지 못하고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지만 이마저도 왼쪽으로 당겨치는 바람에 러프에 떨어졌고, 두번째 샷마저 벙커로 향했다. 하지만 우승을 확정하는 1.2m 거리의 파퍼트를 언니 모리야와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박희영(27)과 호주 교포 이민지(20)가 11언더파 277타를 쳐 공동 6위에 올랐고 유소연(26)은 10언더파 278타를 쳐 공동 10위로 대회를 마쳤다.
조범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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