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1 지난달 P씨는 2018년 10월에 입주하는 녹번역 힐스테이트의 전용면적 59㎡ 아파트의 분양권을 웃돈 1500만원을 주고 샀다. 단지 안쪽에 북한산을 바로 접해 위치가 가장 좋지 않다는 동에 저층 물건이었지만, 단지가 초역세권인데다 일반분양가가 주변 보다 싸서 향후 임대로 내놓기 좋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다. 중개를 해 준 공인중개사가 일반분양이 워낙 적어 분양권 매물이 아예 나오지 않는다고 한 말도 솔깃했다.
#2 지난해 말 다산신도시 진건지구의 S1구역 공공분양 아파트 전용 59㎡에 당첨된 K씨는 올 들어 공인중개소 3~4곳에서 전화를 받았다. 한결 같이 소형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있으니 웃돈 4000만원에 분양권을 팔라는 것이었다. 중개사들은 등기 시까지 전매제한이 있지만, 탈 나지 않게 서류를 잘 갖춰준다고 제안했다.
올들어 분양권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시행에 기존 아파트에 대해선 대출 받기가 까다롭지만, 분양권은 중도금을 건설사 보증의 집단대출로 돌릴 수 있어 초기 부담이 적다. 청약경쟁률이 치열해 당첨이 하늘의 별따기 수준인 아파트는 분양권을 웃돈만 주면 살 수 있다. 3~4월에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살아난 것도 분양권 매매를 부추기고 있다.
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아파트 분양권과 입주권(재개발 구역 조합원의 입주권리) 거래량은 모두 339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81건) 보다 63% 늘었다.
위례ㆍ하남미사ㆍ다산 등 신도시에선 분양권 거래가 늘면서 웃돈도 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하남시 망월동 미사강변푸르지오1차의 전용 74㎡는 지난해 10월에는 일반분양가(3억8800만원) 보다 조금 오른 3억9300만~4억1000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됐지만 올 4월에는 4억2000만~4억5300만원으로 올라 있다. 분양가 대비 웃돈이 4000만~6000만원 가량 오른 것이다.
위례 중앙 푸르지오 전용 84㎡는 분양가에서 6000만원, 위례 호반베르디움의 같은 면적이 6000만~7000만원 각각 오른 가격에 지난달 거래됐다.
분양권ㆍ입주권 거래가 늘어난 반면 기존 아파트 매매는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감소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는 2만605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2058건)의 62% 수준에 불과하다.
분양권 거래 급증은 분양권 상한제 폐지,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규제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신규 분양과 기존 매매 사이를 잇는 제3시장인 분양권 시장은 일종의 채권 거래다. 취득세가 없고 양도세만 있어 투자자들이 쉽게 뛰어들고 있다”며 “분양권 양도세율은 일반 아파트 보다 높지만 매수자가 지불하도록 계약하므로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또 “지방은 단기전매차익수요가 많아 분양권 거래가 서울보다 더 활발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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