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 ‘국민이 행복한 선진 해양안전 강국 실현’
해양수산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14년 해사안전시행계획’에 담긴 비전이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드러난 총체적인 난국을 보면 구호와 현실의 큰 괴리감을 느낄수밖에 없다. 정부는 해사안전시행계획 및 해양수산 연구개발(R&D) 중장기 계획 등을 통해 해양사고의 대폭 감소를 목표로 삼았지만 잇따른 대형 해양사고 앞에서 요란한 구호와는 대조되는 무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해수부는 23일 해양수산 R&D 중장기(2014~2020)계획을 통해 ▷연안재해관리기술 ▷e-네비게이션 기술▷ 해양구난 기술 ▷인적요인에 의한 해양사고 저감기술 등을 확보해 2020년까지 해양사고를 50%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앞서 지난 3월 내놓은 해사안전시행계획을 통해서는 2017년까지 해양사고를 30% 줄이고 선박 사고로 인한 사망ㆍ실종자를 100명 이내로 줄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거창한 구호가 무색하게 해사안전시행계획을 발표한지 한 달만에 벌어진 대형 참사를 막지 못했다.
실제로 정부의 각종 안전계획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해수부는 여객선의 노후화를 막기 위해 연선박건조자금을 저리융자해 선박현대화를 지원해왔다. 하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기금축소방침에 따라 2011년부터 사업이 중단됐다.
이에 해수부가 건조대출자금 이자중 3%를 정부에서 지원하는 이차보전사업을 통해 현대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나 연안여객선 10척 중 6척이 15년 이상 된 노후 선박인 점을 감안하면 지원 규모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원 안전교육 및 해양사고 수색ㆍ구난 능력 제고 등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이번 사고 수습 과정에서 거의 효과가 없었음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해수부 한 관계자는 “도서지역 등을 잇는 선박 교통의 경우 도로나 항공 교통에 비해 관심이 덜한 편”이라며 “안전성 제고 등을 위한 예산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안이한 인식도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해수부는 이번 R&D 중장기 계획에서 조기 성과창출을 위해 예산 등을 우선 반영하는 ‘퀵윈(Quick-Win) 기술’에 인적요인에 의한 해양사고 저감 및 해양구난 기술을 제외시켰다. 해양사고 예방과 사고 발생시 인명 구조를 위해 필요한 핵심기술 개발을 뒤로 미룬 셈이다.
또 해사안전시행계획에서는 그간 성과로 “내항 여객선에 특화된 안전운항 시책을 수립함으로써 국민 모두가 안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내항여객 안전운송체계를 구축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내항여객 안전운송체계는 구멍이 뚫려 있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에 해수부는 뒤늦게 22일부터 30일까지 9일간 현재 운항 중인 173척의 연안여객선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로 문제가 된 선박별 운항관리규정 등을 점검하고 내실있는 점검을 위해 점검 참여자의 기관별 점검 결과 책임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