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환경부가 뒤늦게 가습기 살균제를 포함한 모든 살생물제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가습기 살균제의 유독성 검증을 왜 미리 하지 않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살균제로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은 유독물질이 아니라는 환경부 고시 뒤 해당 물질의 유해성이 알려졌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해한 독성원료가 버젓이 시장에서 제조, 판매됐고, 대규모 사망 사태의 빌미가 됐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환경부는 당시 카펫에 사용하는 PHMG가 살균제로 용도 변경 시 유해성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 규정이 없었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옥시는 2001년부터 PHMG를 본래의 카펫 용도가 아닌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했다. 하지만 당시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았다.

문제는 PHMG가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된 후부터 유해성이 있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환경부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 폐손상위원회가 2014년 펴낸 가습기 살균제 사건 백서를 보면 “PHMG는 2003년 경 유독물질에 해당될 정도의 강한 독성을 가진 물질이란 게 널리 알려져 있었다”고 돼 있다. 환경부가 PHMG의 유해성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환경부가 당시 PHMG의 유독성에 대해 검증이나 조사를 했다면 가습기 살균제 사용이 중단됐을 거고 피해자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유독물질을 시장에 풀어 준 환경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비판이 지속되자 환경부는 지난해 살균제 등 살생물제의 용도 변경 시 유해성 심사를 받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당시 유해성을 알았더라도 관련 규정이 없어 이를 규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독성실험 등) 제품 제조사가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