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로 선박관리, 검사 체계 등 해양안전에 대한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해수부 출신 퇴직 관료들이 해양 안전이나 운항을 담당하는 산하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려가면서 봐주기식 선박 관리 관행이 자리잡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현재 해양수산부 산하 14곳의 공공기관 중 11곳의 기관장이 ‘해피아’라고 불려온 해수부나 국토해양부 전직 관료들이다.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과 선원표 여수광양항만공사 사장은 모두 취임 직전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을 역임했다. 김춘선 인천항만공사 사장과 박종록 울산항만공사 사장은 각각 국토해양부 물류항만실장, 해양정책국장 출신이다. 곽인섭 해양환경관리공단 이사장 역시 국토해양부 물류항만실장을 지냈으며, 정형택 한국해양수산연수원장은 부산해양안전심판원장을 역임했다. 임광수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장과 방기혁 한국어촌어항협회장 등도 농림수산식품부 고위 관료 출신이다.
심지어 민간기관까지 해피아의 손이 뻗치고 있다. 이번 세월호 선박 검사를 위임받은 민간기관인 한국선급은 해수부 퇴직 관리들의 대표적인 재취업 기관 노릇을 했다. 1960년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이래 11명의 회장 가운데 8명이 해양수산부와 그 전신인 해무청, 항만청 등에서 일했다. 선박의 안전 운항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해운조합도 역대 이사장 12명 중 10명이 해수부 고위 관료 출신이었다.
이처럼 해수부 고위 관료 출신이 관련 기관에 자리하면서 봐주기식 선박 관리ㆍ검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해피아의 경우 선후배간 결속력을 바탕으로 커넥션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가 다른 부처에 비해 규모가 작은 데다 정권에 따라 부침을 반복하면서 더욱 끈끈한 유대관계를 이어왔다는 분석이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를 통해서도 해수부 전ㆍ현직 관료간 유착의 부작용이 드러났다. 해수부와 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세월호는 지난 2월 한국선급으로부터 구명뗏목 46개 중 44개가 안전하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사고 당시 정상적으로 펼쳐진 구명뗏목은 단 1개에 불과했다.
또 세월호가 출항 전 점검 보고서에 탑승 인원과 선원 수, 화물 적재량 등을 엉터리로 기재했지만 해운조합 소속 운항관리자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난맥상이 드러나자 청와대는 해피아를 중심으로 한 유착관계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선사를 대표하는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서 (관리를) 해왔다는 것이 구조적으로 잘못된 것이 아니겠느냐”며 “해양수산 관료 출신들이 38년째 해운조합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 또한 서로 봐주기 식의 비정상적 관행이 고착되어 온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