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 바다 위에 매일 시한폭탄이 떠다니는 셈이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연구원(KMI)이 작성해 2012년 7월 옛 국토해양부에 제출한 ‘연안여객운송사업 장기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이번 세월호 침몰은 예견된 사고나 마찬가지였다. 한국 인근 바다를 운항하는 여객선들은 낡았고 젊은 선원은 찾기 힘들었다. 여객선을 운영하는 선사는 너무 가난해 제대로 된 안전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지난해 기준 1600만명이 넘게 이용한 연안 여객선은 위험 투성이였다.
KMI는 우선 선박의 고령화를 우려했다. 지난 2009년 규제완화 차원에서 선령 제한이 20년에서 30년으로 대폭 완화된 것이 노후 선박을 양산한 주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선령 기준이 30년까지 연장 가능해지고 최근 유류비 부담이 커지면서 사업자들이 노후선박을 도입해 사업을 영위하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며 “최근 연안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 선박은 선령이 15년 이상된 선박”이라고 지적했다.
열악한 선상 근무 여건도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내항선박에 종사하는 선원의 임금은 모든 선박 업종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승선 예비 인력의 부족으로 법정 휴가 시행이 거의 불가능한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KMI는 이같은 열악한 근무여건이 젊은 선원의 승선 기피 현상을 일으키는 주 요인으로 봤다. 나아가 이같은 흐름이 계속될 경우 선원의 나이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해양안전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연안여객선에 승선하는 선원 중 50대 이상이 78.1%를 차지했으며 60대 이상의 선원은 38.3%에 이르렀다.
선사의 취약한 재무구조 역시 해양사고의 잠재적 요인이라고 KMI는 지목했다.
KMI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연안여객선업의 부채비율은 444.1%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부채비율이 운수업 전체, 육상여객업, 항공운수업보다 높게 나타나 안정성 측면에서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세월호를 보유한 청해진해운의 부채비율은 약 409%였다.
자금사정이 좋지 않으니 세월호처럼 낡은 중고선을 사들여 개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안전을 위한 투자에도 소홀해 질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낙후된 여객터미널 역시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요인으로 보고서는 봤다.
KMI는 연안여객선의 안전성 제고를 위해 종합적이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안여객운송산업에 대한 중ㆍ장기적인 정부 종합 발전계획 미흡하다는 것이다. 또 연안여객선의 안전운항에 관한 시책 수립 및 시행계획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제안을 정부는 외면했고 결국 예방할 수도 있었던 참사로 이어지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