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생산방식도 달라졌다. 방향은 두 가지다. 이탈하는 시청층을 잡기 위한 TV의 변화, 생산주체의 변화다. 스타들의 경우 전통적인 미디어를 벗어나 직접 생산하고 전달하는 주체가 됐다. ‘플랫폼의 다변화’, ‘시청자의 수용방식 변화’가 가져온 결과다.
1인 미디어, 개인방송은 이미 지난해 방송가의 화두로 떠올랐다. TV 등 전통적인 올드미디어는 ‘뉴미디어’를 조금씩 수용하는 방식으로, TV를 떠나 인터넷 과 모바일 등을 통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방송 관계자들은 “다매체 다채널 시대의 돌입, 플랫폼의 다변화, 젊은 시청층의 TV 이탈” 등을 변화의 요인으로 먼저 꼽고 있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고위 관계자는 “방송사는 콘텐츠 기획과 생산의 주체였으나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터넷과 TV 사이의 접점을 찾아보려는 추세”라고 말했다.
여기엔 시청자들의 시청 행태가 달라진 점도 큰 몫을 했다. ‘진화한’ 시청자는 더이상 TV가 쏟아내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단순 수용자가 아닌 스스로 개입해 방향성을 바꾸는 주체적인 이용자로 옮겨갔다.
지난해 등장한 인터넷 ‘개인방송’을 TV와 결합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올드미디어의 파격적인 변화를 보여준 콘텐츠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는 보조MC의 역할과 제작진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스타 개인이 자신만의 콘텐츠로 개인방송을 하며 채팅창에 올라오는 시청자(네티즌)과 실시간 대화를 나눈다. TV에선 채팅창에 올라온 댓글을 기발하게 편집하고, 적절하게 CG를 입히는 등 재구성해 보여준다. 한 발 더 진화한 인터랙티브(interactiveㆍ쌍방향) 콘텐츠다. 다매체 시대의 TV는 시청자와의 소통을 목표로 이들의 참여를 진작부터 유도해왔으나 ‘마리텔’을 계기로 적극적인 형태가 됐다. 이 프로그램의 두 가지 특징은 인터넷 방송과의 이종교배, 시청자 ‘참여공간’의 확보라는 점으로 요약된다. 사실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가 해오던 방식이다. 1인 BJ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이용자와 채팅을 하고 소통을 하는 형태다.
각사가 젊은 시청자를 잡기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KBS는 아예 1인 방송을 접목해 변화를 꾀했다. 지상파 방송3사 중 처음으로 MCN 사업에 뛰어들었다. 과거엔 UCC로 불린 제작 콘텐츠의 진화형을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 채널 네트워크)으로 볼 수 있다.
올 2월 KBS는 MCN 선두주자 트레져헌터와 손을 잡고 개인 맞춤형 스튜디오인 ’예띠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이 곳에서 생산한 콘텐츠를 지상파 방송에 접목해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목적이다. 국내 최초로 지상파 방송사와 1인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MCN 전문기업의 공식 업무혐약이었다. 1인 미디어 스타들을 지상파 방송사가 적극 수용하겠다는 것은 보수적인 올드미디어의 눈여겨볼 만한 변화였다.
SBS도 모바일콘텐츠제작팀을 신설하고, 모바일 제작 CP를 두고 운영 중이다. TV가 아닌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콘텐츠를 만드는 전략이다. MBC도 네이버캐스트를 통해 ‘MBig TV’라는 모바일 전용 예능 채널을 오픈하고 ‘꽃미남 브로맨스’라는 모바일 전용 예능을 선보이는 중이다. MBC플러스는 MCN사업체인 코코넛을 운영 중이다. CJ E&M은 이미 지난 2013년부터 MCN 사업에 진출했고, 올해에는 ‘다이아TV(Digital Influencer&Artist TV)’라는 브랜드를 구축해 국내 1인 미디어 창작자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tvNGO를 통해 ‘신서유기’와 같은 웹예능을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플랫폼의 다변화는 스타들도 변화하게 했다. 지난해엔 씨스타, 걸스데이가 방송사가 아닌 아프리카TV에 출연해 신곡 홍보를 해 화제가 됐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 모바일 앱 V앱을 출시, 가수와 배우를 망라해 특화된 동영상 콘텐츠를 기획하고 선보이는 자리를 열었다. 많은 연예인들이 굳이 TV 출연을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된 셈이다.
V앱의 경우 소속사에서 직접 콘텐츠를 기획해 네이버에서 제공한다. 가수들의 앨범 쇼케이스, 콘서트는 물론 일상 공개, 팬과의 소통 등 안 하는 역할이 없이 확장됐다. 일 년도 되지 않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생산에 깊숙히 들어온 플랫폼이다.
기획사 스스로가 콘텐츠 생산의 주체가 되는 것은 물론 플랫폼까지 마련했다. 미스틱89는 지난해 아프리카 TV와 합작 벤처 회사인 프릭을 설립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셀러브리티가 직접 참여하는 MCN(Multi Channel Network) 콘텐츠 및 플랫폼 사업을 발표했다. 가수가 참여하는 보이는 라디오, 연기자가 참여하는 웹드라마, MC의 웹 예능 등 셀러브리티의 라이프스타일을 MCN 콘텐츠를 통해 선보이는 형태다.
‘스타 파워’를 가진 대형 연예기획사가 방송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콘텐츠 생산의 주체이자 플랫폼이 돼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한 대형 연계기획사 관계자는 “스타파워가 커지는 시장에서 굳이 TV 출연에 매달릴 필요는 없을 만큼 플랫폼이 다변화됐다. 각 기획사가 최고의 콘텐츠라 자부하는 스타들을 중심으로 뉴미디어를 통해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대형기획사가 아니라면 신인그룹 등은 데뷔 이후에도 얼굴을 비추기 힘든 상황이다. 거기에 기존 방송사와의 권력구조도 무시할 수 없는데, 자체 콘텐츠의 생산으로 보다 자유롭고 왜곡되지 않은 방송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에서도 연예기획사가 직접 자체콘텐츠를 생산하는 방식을 지켜보고 있지만, “방송사는 방송사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지상파 방송사 예능PD는 “아이돌그룹 위주로 개인방송이 활성화되고, TV보다 V앱 등을 통해 홍보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방송사가 갖춘 인프라의 장점이 있다”며 “지상파만의 차별화된 콘텐츠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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