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수영선수 박태환(27)에게 도핑금지약물이 포함된 주사를 처방한 의사 김모(47) 씨의 재판에서 ‘네비도’(NEBIDO) 주사가 실질적인 상해를 입혔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항소4부(부장 김종문) 심리로 21일 열린 재판에서 김 씨의 혐의(업무상과실치상)를 둘러싸고 양측의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박태환이 주사를 맞은 뒤 1주일 간 근육통을 겪고 호르몬수치가 급변하는 등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박태환은 실제로 법정에서도 다리를 절뚝거렸다고 증언했다. 박태환 친구도 당시 박태환이 아프다고 했고 걸음걸이가 이상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특히 “박태환이 (약물 주사에 대해) 제대로 설명 듣지 못했다”며 “박태환에게 근육통이 발생했다는 것은 명백하며, 치료액 자체도 상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 씨 측은 검찰이 주장하는 상해의 기준이 모호하다고 응수했다. 호르몬 수치가 어느 수준을 넘겨야 건강에 이상이 있는지 판단할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김 씨 측은 또 검찰의 증거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진단서도 없고, 증거라고는 박태환 주변 지인의 진술 뿐”이라고 반박했다.
김 씨가 약물 주사로 인한 증상을 미리 박 선수에 알렸는지 여부도 논쟁거리가 됐다.
검찰은 “박태환이 이같은 사실을 전혀 듣지 못했다”며 “제대로 된 설명을 들었다면 주사를 맞지 않았을 것”이라 강조했다.
반면 김 씨 측은 “해당 주사를 맞으면 유독 뻐근함이 느껴진다. 이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간호사도 박태환에게 이 점을 알려줬다”고 받아쳤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은 이번 사건의 본질이 도핑 결과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김 씨측 변호인은 이 사건이 형사 소송으로 처리될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태환 선수가) 도핑에 걸린 것에 누군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으로 검찰이 김 씨를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박태환에게 남성호르몬이 포함된 주사를 처방하면서 성분과 부작용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해 2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김 씨가 약물의 위험성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보고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주사 후 박태환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박태환은 지난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약물 검사에서 금지약물인 남성 호르몬 성분이 검출돼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선수 자격 정지에 해당하는 징계를 받았다. 이로 인해 올해 올림픽 출전도 좌절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