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비정상회담‘ 출연 미국 출신 방송인 “산림많은 버몬트州 고향…환경에 큰 관심” “총선 공약에도 환경 관련 내용 잘 안 보여”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홍어가 한반도에서 멸종돼 칠레에서 수입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어요? 저는 원래 배우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데, WWF(세계자연기금) 한국 본부와 함께 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있어 매우 즐겁습니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미국 출신 방송인 타일러 라쉬(Tyler Raschㆍ28)가 지난 20일 세계자연기금(WWF) 한국본부의 홍보대사로 임명됐다.

한국WWF 홍보대사 된 타일러 라쉬 “韓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에 눈 떠야 환경의식 높아져”

같은 날 한국 WWF로부터 대사 위촉장을 수여받은 라쉬는 곧바로 헤럴드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자연기금은 미국에 있을 때부터 알고 있었는데, 한국에도 지역 본부가 있다는 걸 모르다가 최근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고 그 후로 연이 닿아 여러가지 활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WWF에서 진행한 지구촌 전등끄기 행사인 ‘2016 어스아워’에도 참여, 동료 외국 출연자들과 함께 서울 강남구 코엑스 내 매장들을 돌며 한 시간동안 불을 끄도록 독려하는 미션을 수행했다.

라쉬는 “코엑스는 사실 한국 소비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인데, 많은 상인들이 감사하게도 소등 캠페인에 참여했다”며 “돌아다니면서 작은 실천이지만 이를 계기로 환경에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서 뜻 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WWF 홍보대사 된 타일러 라쉬 “韓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에 눈 떠야 환경의식 높아져”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 라쉬는 “자라온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제가 자란 미국의 버몬트주(州)는 면적의 75%가 산림으로 구성될 정도로 환경이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다”며 “주가 산림으로 버는 수익도 크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자연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버몬트에는 ‘광고 공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밤에 켜지는 광고 조명판이 법으로 금지돼 있고, 경치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철저히 금지해 놓은 지역”이라며 “내가 다닌 대학에서도 지질학 등 환경 관련 과목이 필수 과목이라 공부를 하면서도 자연에 대한 지식을 쌓게 됐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대학 필독서 중 ‘식스 디그리스(six degreesㆍ6도의 멸종)’라는 책이 있었는데 챕터별로 1도씩 올라가면 지구에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를 설명하고 있었다”며 “너무 끔찍한 내용들이 많아 중간에 더 읽어나갈 수 없었고,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였다.

한국인들의 자연의식 수준에 대해 라쉬는 “제 느낌으로는 그동안 경제만 생각하다가 조금씩 삶의 질에 대해 생각을 시작하는 것 같다”며 “그럼에도 환경 이슈에 많은 무게가 실리는 것 같지는 않고, 얼마 전 4ㆍ13 총선 때에도 각종 공약에 이렇다 할 환경 관련 내용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라쉬는 한국 기업들이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국내 자연의식 수준 제고의 첩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 환경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보다는 기업의 역할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기업들이 지속가능성과 사업의 수익성이 배치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환경을 중심으로 한 장기적인 계획을 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서 라쉬는 “좀 있으면 석사 과정이 마무리되기 때문에 WWF 활동에 전념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학부 졸업 후 한국에 들어와 석사 과정(서울대 대학원 외교학)을 이수하고 있다. 2014년부터 JTBC ’비정상회담’ 등에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높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