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단 하루의 승부’가 막을 내렸다. “방송사의 역량이 총동원되는 국가적 행사이자 대형 이벤트”인 선거방송은 각사의 자존심을 건 전쟁이다. 아이템 기획부터 제작까지 6개월, 제작비 40억원(출구조사 비용 포함)을 쏟아부으며 방송사의 컴퓨터그래픽 등 각종 기술력과 인적 아이디어가 총동원된다. 각 방송사의 현재 위치를 보여주고 나아갈 방향을 전망하는 ‘역량의 시험대’인 셈이다. 투자 인력과 비용에 비해 거둬들이는 수입이 적은 ‘소모적인 전쟁’이지만, 방송사들은 피튀기는 시청률 전쟁을 펼친다.
2년 만에 돌아온 선거방송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방송3사는 4.13 총선 투표가 완료되기 전인 오후 5시부터 본격적인 개표방송 체제로 전환했다. 선거방송의 키워드는 3사 공통이다. 재미, 신속성, 정확도다. 동일한 숫자의 흥미로운 구현, 실시간 투표동향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 정확하고 신속한 당선자 예측이 성패의 관건이다.
시청률 1위는 역시나 KBS였다. 60년 역사의 공영방송답게 탄탄한 고정 시청층을 고스란히 흡수했다.
KBS의 정공법은 방송사의 타깃 시청층을 공략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기본에 충실해 선거방송에 쓰이는 용어부터 출구조사 결과, 공천갈등과 후보들의 입담을 해설하고 분석했다. 신기술 역시 놓치지 않았다. 개표방송 최초로 증강현실(AR)을 이용해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생방송을 진행하는 등 각종 최신 기술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선거방송의 꽃’이라 불리는 컴퓨터 그래픽은 심심했고, 타사와 비교해 알맹이는 지루했다. 과거 선거방송마다 빠지지 않았던 후보자들의 식사 영상은 생뚱맞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시청률 승자였다. 메인뉴스 시간 기준 KBS 선거방송은 무려 18.6%(닐슨코리아 집계 기준)를 기록했다.
시청률은 놓쳤지만, 명불허전이었다. 선거방송의 진화는 SBS가 보여줬다.
SBS의 선거방송 브랜드 ‘국민의 선택’은 탄탄한 구성으로 시청자들을 장시간 붙잡는데 성공했다. 앞서 대선과 총선 당시부터 예능보다 재미있는 개표방송으로 호평받았던 ‘국민의 선택’은 이제 ‘믿고 보는 선거방송’으로 자리매김했다.
재미, 감동, 정보를 선거방송의 키워드로 잡은 SBS는 2012년 파격적인 선거방송을 연출한 주시평 PD를 다시 영입해 새 전략을 짰다. “‘히스토리’를 알면 정치가 재밌어진다”는 제작진의 기획력이 돋보였다. “드라마를 보고 싶은 시청자들을 위해 준비했다”는 ‘총선록’에선 정치세력 간의 수 싸움을 역사와 판타지 소설 형식으로 재연해 선보였다. ‘잠룡이 나르샤’, ‘총선극장 300석’, ‘총선토토’ 등 제목에서부터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에 안성맞춤이었던 이번 선거방송 역시 SNS 상에선 ‘마약 방송’, ‘약 빤 방송’이라는 칭찬이 나왔다. 뿐아니라 ‘스파이더맨’부터 ‘반지의 제왕’까지 영화 패러디로 각 지역 주요 출마자들을 소개했다. SBS 선거방송 그래픽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달리기 레이스는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2016 총선 마라톤’에선 특히 배성재 아나운서가 투입돼 현장감을 살린 생중계를 선보였다.
선거방송의 신기원을 열었던 SBS는 이번에도 안주하지 않았다. 2년 만에 한 번 더 진화한 형태의 선거방송은 세대에 따라 호불호는 갈렸으나, 시청자의 눈높이와 기대감을 높인 것만은 분명하다.
‘절치부심’했다는 MBC는 수많은 ‘최초’의 신기술을 깔끔한 포맷 안에 담아냈다. 다소 어수선했던 2년 전 6.4 지방선거 때와 달리 한층 정돈된 스튜디오와 영상, 매끄러운 흐름이 MBC 선거방송의 백미였다.
MBC는 특히 이번 선거방송을 통해 ‘통계 버라이어티 쇼’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데이터쇼를 구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나는 가수다’, ‘사남일녀’ 등을 연출한 강영선 예능 PD가 연출을 맡아 선보인 ‘데이터쇼’는 깔끔하고 보기 쉽게 정리됐다. 특히 선거방송 스튜디오를 십분 활용해 신속하게 화면을 옮기며 착실히 준비해온 지난 6개월의 노고를 보여줬다.
MBC 선거방송의 비장의 무기는 로봇 스크린과 당선자 예측 시스템이었다. 로봇 스크린을 통해 후보자들의 현재 득표율과 후보자에 대한 역사가 낱낱이 공개됐고, 실시간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당선 확률을 산출한 당선자 예측 시스템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빛났다.
하지만 후보자들의 개표현황과 접전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을 ‘달려라 국회로’ 등의 컴퓨터 그래픽은 SBS 선거방송의 간판인 마라톤을 연상케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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