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우리나라의 1인당 보험 가입건수는 3.6개. 가구당 14건의 보험을 들고 있다. 가구당 보험가입률은 97.5%를 넘어섰다.
보험 가입률이 세계 상위권이지만 해지율도 높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25개 생명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한 해지 환급금은 18조4651억원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2년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종신보험 가입자의 중도해지율은 무려 74%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달 지불해야만 하는 보험료가 비싼데다, 납입 기간도 10년 이상이다보니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손해보험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손보사 장기 해약 환급금은 9조8999억원으로 역시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지환급금이란 가입자가 중도에 보험을 해지하면 그동안 낸 보험료 가운데 운영비 등 사업비를 빼고 돌려받는 돈이다.
회사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종신보험의 경우 사업비로 월 납입보험료의 15배 가량을 뗀다.
저축성 보험은 월 납입보험료의 3~4배 수준이다. 보험사들은 이 같은 사업비를 초기에 많이 차감한다.
초기에 떼는 사업비 대부분은 보험설계사들에게 지급되며, 이후 보험사는 상품별로 위험보험료와 보험유지비 등을 차감하고 남은 금액을 바탕으로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를 굴린다.
결국 중도 해지할 경우 가입자는 막대한 금전적 소실을 입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 해지율이 증가한 것은 최근 경기 상황이 악화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에서 대출받기는 어렵고 목돈은 필요한 서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까지 해지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보험 해지율 증가는 불완전판매와도 관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계약유지율은 불완전판매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 수치”라며 “설계사가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없이 당장 상품 수수료를 많이 얻으려 판매 경쟁을 벌이다보면 무분별한 가입에 따른 해지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보험사들이 과거 팔았던 고금리 저축성상품이 부담 돼 계약자에게 해지를 유도한 뒤 다른 상품으로 갈아탈 것을 권유하는 경우도 계약 유지율 하락에 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2000년 전후 확정이율로 되어있는 저축보험과 연금보험에 가입한 경우 보험사가 해지를 권유하거나 변동이율로 갈아타도록 암암리에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한 보험사 관계자는 “섣부른 해약은 보장은 못 받고 원금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며 ”보험 해지는 최후의 수단이어야지 절약을 위한 재테크로 생각해선 안된다”고 충고했다.
hanir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