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진도 여객선 침몰사건으로 300명 가까운 학생의 사망,실종 사태를 맞은 경기 안산시는 현재 도시 전체가 초상집이다. 슬픈 울부짖음과 차분한 사태 수습 행보가 교차한다.
안산시는 예정됐던 모든 행사를 취소했거나 연기한 채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취소 또는 연기된 행사는 튤립축제와 안산국제거리극축제, 공무원체육대회, 안산시장기 생활체육 태권도ㆍ족구 대회, 안산시생활체육회장기 줄넘기 대회 등이다. 김철민 안산시장은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리고 전남 진도와 단원고 등에 시 공무원을 급파했다.
안산은 ‘제2 약속의 땅’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한국전쟁 직후 절망속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발견하려고 전국의 서민들이 몰려든 삼척탄좌 태백 정선 탄전지대는 ‘원조 약속의 땅’이다.
1981년 석탄합리화 사업으로 폐광이 속출할때 안산은 반월공단 설립 등 새로운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었다. 태백이 그랬듯이 전국 각지의 노동자들이 새로운 희망을 품고 몰려들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인구 70만을 훌쩍넘는 대도시로 자리잡았지만, 20만 규모의 초기 안산시를 형성하던 시민의 40% 가량은 태백 정선 폐광지역을 뒤로한채 새로운 희망을 찾아 이주해온 강원도 출신들이었다.
지금은 공장과 빌딩이 가득하지만, 안산 개발 초기단계에 이주한 태백 정선 출신 시민들은 ‘태백시민회’를 만들어 안산주변 산업단지의 합리적 조성과 도시 다운 생태계 조성을 위해 숱한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도 안산지역 언론은 태백을 ‘떠나온 제2의 고향’으로 묘사하거나, 올 여름휴가때 돌아보아야할 관광지 1순위로 추천하곤 한다. 현재 안산시의 자매결연지는 초기 안산 고을을 형성할때 터를 닦았던 시민들의 출신지, 즉 강원, 충남, 전남이다.
태백,정선,삼척,영월 등 강원도 출신 안산시민에게 이번 진도 여객선 참사는 과거 갱도 붕괴의 아찔함을 되뇌게 했을 것이다.
안산으로 이주한 뒤론, 과거 숱하게 발생하던 탄광사고를, 그리고 내 가족과 이웃이 피땀흘려 일하다 희망의 꽃도 피워보지도 못한채 스러져가야했던 모습을 더이상 겪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믿었던 그들에게 이번 침몰사건은 가슴속 깊은 곳에 묻었던 그 트라우마를 다시 연상케 했을 것이다.
이번엔 어른이 아니라 아이들이 변을 당했기에 슬픔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굳이 탄광촌 출신 가정이 아니라도 숱한 고생 끝에 안산에 도착해서야 희망을 발견했던 이주민 출신 안산시민들에게는 적지 않은 상처로 남을 것 같다.
안산 단원고 학생, 학부모, 안산시민이 겪을 외상후 스트레스를 당국과 전국민이 내 가족처럼 보듬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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