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열린 제27회 만경대상 국제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영국인이 평양의 속살을 본 소감을 전했다.

1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윌 필립스라는 영국인은 대회에 참가한 뒤 “평양을 묘사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은 ‘마치 60년대서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만경대상 국제마라톤은 1981년부터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15일)을 기념해 매년 평양에서 열린다. 올해는 외국 아마추어 선수에게도 처음 문을 열어 30여명의 외국인이 참가했다.

필립스는 형행색색의 유명 스포츠 브랜드를 차려입은 외국인과 달리 1000여명의 북한 선수는 낡고 우중충한 운동복을 입었다고 밝혔다.

김일성 운동장에서 운동장을 꽉 채운 5만 관중의 환호 속에 시작한 마라톤은 평양 곳곳을 지났다.

필립스는 “마라톤 코스 곳곳엔 우중충하고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고층건물이 즐비했다”면서도 “평양 시민을 자세히 볼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다른 마라톤 대회와 달리 코스와 도로의 경계선 같은 것은 없었다. 대회 후원기업이 없으니 광고판 역시 있을 리 만무했다. 이동식 화장실도 없었다. 대신 주최 측은 코스 중간의 몇몇 건물 화장실을 이용토록 했는데 어떤 화장실은 2층에 있었고, 코스에서 50m나 떨어진 화장실도 있었다.

길거리엔 평양 일반 주민들이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하며 “안녕” 혹은 “헬로”와 같은 인사를 건넸다.

길을 걷는 학생들은 깔깔대며 손을 흔들었고 그 뒤로 군인들이 표정 없이 열 맞춰 행군했다. 햇볕에 그을린 노인들은 이따금 미소를 지었고, 곧 부서질 듯한 자전거를 탄 노동자들도 눈에 띄었다.

필립스는 4시간을 살짝 넘긴 저조한 기록으로 골인했지만 관중들은 끝까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시작부터 끝까지 좋은 의도의 경기”였다며 “달리기 같은 보편적인 스포츠가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걸 봤다”고 전했다.

헤럴드생생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