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ㆍ유오상 기자] “투표 안할 겁니다.”

20대의 투표율은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낮기로 유명하다. 청년층이 정치에 가장 무관심하다는 뜻이다.

4ㆍ13총선을 1주일여 앞둔 5일 기자가 돌아본 대학 캠퍼스에도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이 팽배했다.

한양대 신방과 4학년 민모(28ㆍ여) 씨는 선거날 해외에 나가 있을 예정이라 투표를 하지 않는다. 민 씨는 “일정을 짤 때 그날이 투표일인지도 몰랐지만 솔직히 알아도 신경 안 썼을 것”이라며 “정치라고 해봐야 바뀌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여당과 야당 중 어느 쪽이 낫다고 말하기 힘든 것 같다”고 했다.

사상 최악의 청년 취업난 속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는 대학생들은 “바쁘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김광필(28ㆍ한양대 경제학과) 씨는 “관심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당장 시험이 눈앞이면 ‘그깟 투표’라고 생각하게 되기 십상”이라며 “선거가 중요하긴 하지만 먹고 사는 일이 바빠 총선에 관심을 못갖고 있다”고 했다.

대학원생 박재민(27) 씨는 총선 투표를 할 계획인지 묻는 질문에 “요즘 바쁜 기간이라 잘 모르겠다”며 “아무래도 시험기간이 다가오고 다들 취업이니 뭐니 바쁘고 힘들어서 총선에 신경을 못쓰는게 아닐까”라고 했다.

20대 초반의 1~2학년 학생들의 경우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총선 날짜가 정확히 언제인지 잘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2학년 김세윤(20ㆍ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씨는 “선거가 며칠 안남았다는 건 아는데 지금 시험기간인데다 과제가 너무 많아 신경을 못쓰고 있다”고 했다. 김 씨는 “투표는 할 계획”이라면서도 “사실 나이 많은 사람들의 정치 이야기에 큰 관심은 없다”고 했다.

건국대 총학생회 역시 선거와 관련해 어떠한 행사도 하지 않고 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단순한 투표 독려 역시 정치적 행위로 보일 가능성이 있다. 총학생회가 학교를 대표해 정치적 행동을 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선거와 관련된) 어떤 것도 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투표에 참여하려는 대학생들도 적지 않다. 자신들이 처한 구조적 문제를 풀려면 결국 ‘정치’밖에 없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는 총학생회가 나서 다양한 투표 독려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만우절을 맞아 ‘거짓말 같은 20대의 투표율’이란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지난 3월 총학생회 주도로 정치 관련 설문조사를 했는데 4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정치 관련 답변을 성실히 해 우리도 놀랐다”며 “자연스럽게 이번 총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모습이고 대학생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것도 이제는 틀린 말”이라고 했다.

공대에 재학중인 서혜빈(24ㆍ여) 씨는 “총학생회와 동아리 등에서 전입한 학생들을 위해 투표 안내문을 제작해 나눠주는 등 선거 안내를 하고 있다”며 “요즘에는 대학생들도 투표를 다들 열심히 하려는 분위기고 투표를 안하는 게 창피한 일이기 때문에 안한다고 대놓고 말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다”고 했다.

경제학과 4학년 조수민(27ㆍ여) 씨는 “요즘 각종 시민단체에서 온라인으로 홍보를 많이 하는데 특히 SNS에 올라오는 정치 성향 테스트 자료같은 건 대학생 호응을 많이 얻는다”며 “대학생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주장 자체가 기성세대가 만들어낸 편견”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치적 관심과 무관심의 양극화에 대해 젊은층의 위기의식의 발현이라고 분석했다.

김병관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년층은 투표율이 아주 높다. 이전까지는 문제가 안됐지만 우리 사회가 고령화를 맞이하면서 젊은층의 위기 의식을 키우게 된 것”이라며 “위기 의식을 느낀 청년층이 속속 정치에 적극 개입하면서 양극화 현상으로 비쳐지는 것 같다”고 했다.

김 교수는 “우리 청년들은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나 사회 시스템의 외부자로 인식하다보니 투표와 같은 참여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청년을 위한 정책과 공약을 내세워 이들이 사회 속에서 하나의 구성원으로 스스로를 인식하게끔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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