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재섭 기자]“최저임금을 올리겠습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표심에 호소하는 공약이 쏟아진다. 총선이 임박하면서다. 여야를 막론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일찌감치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으로 내놨다. 팔짱을 끼고 있는 듯했던 집권여당 새누리당도 올해 시간당 6030원인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높여 9000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정부 예산도 일정액 지원하겠다고 한다. 야당은 ‘공약 베끼기’라며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확전(擴戰)엔 소극적이다. 어차피 정치란 표심을 좆는 행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도시빈민의 생활고를 덜게 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를 줄여 사회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박수 받을 일이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사용자(기업)의 동의가 필요하고, 경제여건을 감안해야 한다. 장기간에 걸친 경기침체로 인해 모든 경제주체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다. 그런데 임금만 올리라고 하면 사용자가 반길 리 없다. 부작용이 나올 게 뻔하다. 불경기 탓에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자영업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폐업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회적 합의 없이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면 자영업자들의 좀 더 일찍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아파트 경비원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일자리조차 빼앗고 있다는 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목격하는 일이다. 임금 상승은 경비원의 해고 위협으로 돌아왔다. 용역업체들은 인건비 상승 부담을 경비원 구조조정으로 해결하려 했다. 경비 무인화 추세 역시 경비원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뿐 아니라 기존 아파트들까지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최저임금 인상이 부른 부작용이라고 한다면 지나칠까?
선거철만 되면 각 정당들은 재원 마련 방안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다. 올해도 어김없다. 오는 13일 총선을 앞두고 화려한 공약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된다. 기초연금 지급액 월 30만 원 인상, 생활임금제 확대, 국민연금을 활용한 장기공공 임대 주택 ㆍ 보육시설 투자확대,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재정투자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재원을 조달할 대책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나라 살림은 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에만 재정적자 폭이 무려 38조원에 달했다. 부진한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한 결과다. 국가채무가 600조원을 돌파하고, 여기에 공공부문, 연금충당 부채까지 포함하면 나라 빚이 1600조원을 웃돌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이런 마당에 정치권은 대책도 없이 정부 예산지원을 운운한다.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여야 3당의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4년 간 더불어민주당 119조 원, 새누리당 56조 원, 국민의당 37조 원이 소요된다고 분석했다. 또 정당들의 공약들 중 60%가 재정추계 없는 ‘부실공약’이라고 주장했다.
더 이상 책임 없는 공약이 남발돼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유권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어느 정당이, 어느 정치인이 부실 · 졸속 공약으로 국민들을 기만하는지 매의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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