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 성인 남녀 10명 중 4명은 1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 독서율은 전년 대비 6%나 하락(2016년 1월 문화체육관광부 ‘2015 국민 독서실태 조사’)했다.

모바일 시대엔 책도 TV도 매력도가 떨어진다.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짧은 영상 클립이 소비되는 시대다. TV 시청률은 하루가 멀다 하고 곤두박질친다. 방송사에서도 ‘디지털 예능’ 제작에 힘을 쓰는 요즘이다. 책도 안 보고, TV도 보지 않는 시대에 책이 주인공이 된 TV 프로그램이 있다. 시청률은 바닥이지만, 이 프로그램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존재한다.

과거 김영희 PD의 공익 예능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MBC)가 국민정 사랑을 받은 때가 있었다. 그 시절만 해도 프로그램을 통해 책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고, 독서 부흥을 일으켰다.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기 전의 일이다. KBS는 공영방송답게 오랜 시간 책 소개 프로그램에 대한 끈을 놓치 않았다. 시청률을 이유로 폐지된 때도 있었지만, ‘TV 책을 말하다’는 ‘보다’로 이어졌다. ‘TV, 책을 보다’는 현재 일요일 밤 시청자와 만난다. 탄탄한 고정 시청층을 자랑하는 1TV 프로그램임에도 시청률은 1%대다.

케이블 채널 OtvN에선 ‘비밀독서단’ 시즌2을 시작하며 ‘북방(BOOK+방송)’ 시대를 선언했다. 특정집단을 대상으로 ‘OOO이 읽은 책 TOP(톱)100’을 선정해 대화를 나눈다. 정보 제공에 출연자들의 입담이 더해진다. ‘교양의 예능화’가 강화된 프로그램이다.

온전히 교양의 길을 가든, 장르를 혼합하든 ‘책’을 주인공으로 한 TV 프로그램은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책을 소개해 시청자의 관심을 불러오고, 책을 읽게 하기 위한 목적”(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이 있다. 시청률과는 별개로 “방송의 공영성을 목적에 두고” 존재하는 프로그램들이다. “방송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과 공익성을 염두하고 만든 프로그램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고 독려하며 정보 제공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존재 의의”(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가진다.

프로그램의 목표 역시 하나로 향하고 있다. ‘TV 책’(KBS1)의 조정훈 프로듀서는 그것을 “읽기의 회복”이라고 말했다.

KBS의 ‘TV 책을 말하다’에서 ‘보다’로 이어온 이 프로그램은 공영방송의 가치를 가장 잘 살린 프로그램이다. 조정훈 프로듀서는 “특정 책을 선정하고 있지만, 책의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방송은 아니다. 책을 이슈화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읽기가 고갈된 지점을 복원하고 회복할 수 있을까 하는 추상적인 질문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읽기의 회복’을 향한 노력에는 책을 통해 복원할 수 있는 마땅한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나온다. ‘TV 책’을 진행하는 가수 김창완은 “우리가 잊고 온 고향으로서의 책, 미지의 땅으로서의 책, 나를 대면하는 거울로서의 책, 친구 같은 책, 밥 먹여주는 책, 그것에서 오는 삶의 깨달음이 있다”라며 “책이 이야깃거리가 되고, 당신과 나를 맞잡게 해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그러면서 “그 거대한 책의 세계를 만나고 싶어 프로그램 MC를 맡게 됐다”고 했다. 평소 독서량이 적다고 하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책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비쳤다.

2015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도 64.9%가 ‘스스로의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는 책을 향한 갈망으로 이어졌다. ‘TV 책’에 출연하는 일반인 독서가들은 블로그, 지인 혹은 무작정 찾아나선 평범한 시민이지만 “흔쾌히 제작진이 건넨 책을 받아들고 읽기에 동참”(조정훈 프로듀서)한다. “책에 대해 읽어야 하는데 읽지 못하는 부채감이 있고, 짧은 시간에 책을 통해 삶의 한 부분을 바꾸고 싶은 욕구가 존재한다”는 것이 제작진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조정훈 프로듀서는 “책이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콘텐츠라고 보진 않지만 사랑스러운 콘텐츠”라며 “책의 언어를 접하며 단어의 수, 생각의 촘촘함이 깊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더불어 무수한 다양성의 세계가 존재하는 책을 접하며 “상업화된 콘텐츠 안에서 나날이 줄어드는 다양성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책”이라고 봤다.

얼어붙은 출판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프로그램은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식 등 모든 것이 스낵컬쳐화되고 있지만, 깊이 들여다보고 연구할 수 있는 내용은 책 안에 있다”라며 “책을 읽는 인구가 줄어들고, 독서율이 떨어지면 좋은 책이 나오지 않을 수 있고, 출판사가 도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안은 계층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책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이 나와야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져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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