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재치 넘치는 종목분석 보고서 제목들 눈길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벚꽃은 져도 주식은 지지 않는다.’(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 4월 월간보고서)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하는 보고서들은 경제는 물론 사회ㆍ문화ㆍ정치적 트렌드의 최선봉에 서 있다. 경제적 현상에 민감하고 유행을 좇으며 정책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이들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트렌드에 대한 민감성을 반영하듯 눈길을 사로잡는 재치넘치는 제목들도 경쟁하듯 쏟아지고 있다. 계절변화에 3~4월 ‘봄’과 관련한 제목부터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인기에 ‘~말입니다’로 끝나는 제목까지, 한 번 더 클릭하고 한 번 더 들춰보게 만드려는 애널리스트들의 노력들도 담겨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 IT(정보기술)팀(박원재, 황준호, 류영호, 장준호, 김철중)의 4월 월간보고서 제목은 ‘나쁘지 않지 말입니다’였다. 실제 드라마 ‘태양의 후예’ 프로모션 사진을 직접 묘사한 ‘대우의 후예’란 사진도 넣었다. 단순히 유행만을 패러디한 것이 아닌, 사실 그들이 ‘한번에 다 말할 수 없는’ 여러 고민과 생각들이 담긴 사진이다.

이동욱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케미칼을 다룬 보고서 제목을 ‘오해와 편견이 있지 말입니다’로 달았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의 보고서는 ‘3월, 유종의 미 거두시지 말입니다’였고, 소재용ㆍ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의 보고서 제목은 ‘원화 환율, 반 박자 쉬고 상승하지 말입니다’였다.

김철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방위산업-부국강병을 위해 필수이지 말입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부터는 Growth(성장) 영역이지 말입니다’는 제목을 달면서 증권가도 ‘말입니다’ 열풍에 휩싸였다.

‘봄’을 주제로 다룬 보고서 제목도 다수 등장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외국인 투자자 봄과 함께 돌아오다’, 대신증권은 ‘봄날씨가 예상보다 따뜻하다’, NH투자증권은 ‘원자재 시장의 봄날’, SK증권은 ‘국내 증시에 부는 봄바람’ 등을 제목으로 뽑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매수 혹은 매도에 대한 이해를 시켜야 하는데 난해하게 쓰면 가독성도 떨어지지만 제목부터 일목요연하면 머릿속에 들어온다”며 “요즘엔 보고서들도 많이 나오고 있어서 리서치센터들도 보고서 내용이 한 눈에 쏙 들어올 수 있도록 제목을 정하려고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1장짜리 차트로 요약정리를 하는가 하면, 카드뉴스형태의 보고서를 만들거나, 책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애널리스트의 이름을 건 보고서들도 이미 나와있다.

그런데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이처럼 눈에 띄는 제목들로 승부를 보려는 것은 단순히 개선된 리포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 때문만은 아니다. 이는 법인영업과도 연관이 있고, 애널리스트 개인에 따라서는 실적으로도 이어지는 부분이 있어 일부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보고서 인용횟수를 집계하는 곳도 있다는 것이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법인ㆍ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보고서라면 애널리스트는 자신이 쓴 내용을 어필하고 이해시켜야 하는데 베스트 애널리스트라면 그 사람의 리포트를 신뢰하겠지만 비슷한 실력이라면 눈길이 가는 리포트를 더 많이 읽게 될 것”이라며 “제목같은 경우에도 대형사들도 잘 쓰지만 중소형사들이 훨씬 더 임팩트(효과)있는 제목을 많이 이끌어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인대상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훨씬 더 재밌는 제목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때 보고서 유료화에 대한 논의도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공개된 미디어와 같이 증권사들의 보고서 서비스, 오픈소스에 대해 독자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부분이 있어 아직은 실현이 어렵다는 것이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