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높은 연봉과 연공서열에 의한 안정적인 직장’
은행원이 누려 온 메리트의 핵심이 성과주의를 대표로 한 정부의 금융 개혁의 파고에 흔들리면서 금융 노사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고연봉 구조에 대한 대수술이 예고된 가운데, 신입행원들의 연봉을 깎는 방안도 함께 진행되며 상당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신입행원들의 연봉을 낮춘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은행원 전반의 급여 수준을 조정하겠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어서 노사 양측의 갈등 국면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갈등은 7개 금융공기업이 지난 30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하며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7개 공기업은 이날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사용자협의회 4차 대표자회의에서 탈퇴를 통보하고 개별 협상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성과주의를 추진 중인 금융위의 목표는 사실 은행의 고연봉 실태 자체를 수술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성과에 따른 급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호봉제나 ‘무늬만 연봉제’를 폐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대부분 금융공공기관의 연봉 시스템은 기본연봉을 자동으로 인상하는 구조로, 이를 최하위직급과 기능직을 뺀 모든 직원을 성과연봉제로 바꿔 고연봉 구조에 무임승차하는 은행원들을 걸러내겠다는 복안이다.
금융위 안에 따르면 9개 기관 간부직 1327명(전체의 7.6%)에 적용되던 성과연봉제가 1만1821명(전체의 68.1%)으로 확대된다.
이와 관련해 이날 사용자협외회측은 선제적으로 임금동결, 신규직원 초임 조정, 성과연봉제 도입, 저성과자 관리방안 도입 등의 안건을 내밀었다.
하지만 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줄곧 사측이나 정부와 어떤 합의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금융노조는 지난 17∼18일 35개 지부 대표자가 참석한 워크숍에서 성과주의를 전면 거부하겠다는 선언문에 서약까지 했다.
서약서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산하 각 지부 위원장은 일체의 단체교섭권과체결권이 금융노조 위원장에게 있음을 확인한다”며 “각 지부 위원장은 정부와 사측의 어떤 회유와 압박에도 일체의 합의를 하지 않을 것을 선언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배수진을 치고 성과주의 도입을 저지하겠다는 것.
사측의 요구에 대해서도 노측은 임금 4.4% 인상과 성과주의 임금제도 금지, 성과평가에 따른 징벌 금지, 신입직원 차별 금지 등 정반대의 요구안을 내놓았다.
결국 30일 열린 사용자협의회의 4차 대표자 회의에서는 7개 금융공기업이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대치는 한층 격화하는 형국이 됐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정부의 성과주의는 객관적일 수 없는 성과 평가를 임금과 노동자의 생존권이 달린 해고에까지 기준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며 “정부는 금융산업을 망친 관치금융부터 철폐해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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