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슈섹션] 중국이 국영기업을 앞세워 반도체시장 재편에 나섰다. 물량 공세로 반도체 가격을 떨어뜨려 시장점유율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밀어내겠다는 의도다. ‘기술력’으로 중국의 거센 추격을 따돌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3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반도체시장 진출로 한국과 일본, 미국이 주도해온 시장 구조가 위협받고 있다. 일명 중국의 ‘반도체굴기’다.
중국의 국영 반도체기업 XMC는 최근 후베이성 우한에 월 20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웨이퍼는 반도체 집적회로를 만드는 실리콘 기판으로, 웨이퍼 생산량은 반도체 생산능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쓰인다.
인수합병(M&A)로 반도체시장에 진출한 중국이 직접 공장을 짓는 것은 이례적이다. 여기에는 240억달러(약 27조9000억원)가 투입된다. 15조원이 투입되는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단지를 능가한다.
XMC는 반도체시장의 주류로 등장한 3D(3차원)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로 D램 수요를 급속히 대체하고 있다. 세계에서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하는 업체는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다.
그러나 노트북, 태블릿 등의 수요 감소로 낸드플래시 가격은 크게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노트북용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에 쓰이는 eMMC(임베디드 멀티미디어 카드)를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에만 10~11% 하락했다.
전체 낸드플래시 매출 증가율도 2%대에 머물고 있다. 비트 성장률(생산용량을 메모리 단위인 비트로 환산한 성장률)은 30%에 육박하지만 낸드플래시 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중국 반도체굴기의 타깃은 한국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도태시키겠다는 의도다. 대규모 물량 공세로 밀어붙이는 일종의 ‘치킨게임(업계 간 출혈 경쟁)’ 전략이다. 반도체업계에서 치킨게임은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일 키몬다, 일본 엘피다 등이 D램 반도체시장에서 물러났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면 해법은 기술력에서 찾아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8단 적층 셀, 36단 적층 제품을 상용화하면서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업체의 추격이 시작된 만큼 기술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