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공기업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부채공룡’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고 있다. 최근 2~3년간 ‘경영 혁신’이란 메스를 들이대 금융부채를 크게 떨쳐냈고 신용등급도 상향 조정됐다. 민간과 협력하는 사업 방식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재정 부담을 줄이고 공공성은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
▶부채 ‘군살’ 다이어트 = 지난 2009년 10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만나 통합 LH로 출범한 이후 금융부채는 매년 평균 7조6000억원 증가했다. 2013년 말엔 105조7000억원, 부채비율 458%로 정점을 찍었다. 하루 이자만 100억원이었다. ‘부채공룡’이란 꼬리표가 붙은 계기다.
금융부채를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빚이 발목을 잡으면 택지와 산업단지 조성ㆍ공급, 임대주택 건설ㆍ관리, 주거복지 등 LH가 담당하던 본래의 기능을 이어갈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발동했다. 무엇보다 재고자산를 떨쳐내 수입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LH는 공기업 최초 판매성과 경쟁체제인 ‘판매목표관리제’를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ㆍ사업본부별 판매실적을 사내전산망에 실시간으로 공개(‘판매신호등’ 제도)하고, 경영진-본사-지사 간 핫라인을 구축해 판매현안에 대한 신속한 의사결정을 도모했다. 또 미매각 자산이 많은 12곳은 중점관리지구로 지정해 본ㆍ지사 전담책임자를 지정하고 CEO-부서장이 1대 1로 ‘판매경영계약’을 맺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최근 3년간(2013~2015) 77조6000억원 이상의 토지와 주택을 판매했다. 작년엔 ▷토지ㆍ주택 판매 28조3000억원 ▷대금회수 24조8000억원으로 창립 이후 최대 판매 성과를 거뒀다.
이에 힘입어 2013년에 105조7000억원에 달했던 ‘LH 부채시계’는 2014년 98조5000억원, 지난해엔 89조9000억원으로 떨어졌다. 현재 이를 바탕으로 재무안정성을 강화하고자 대금회수 범위 내에서 사업비를 집행하는 등 부채가 추가로 증가하지 않는 선순환 사업구조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사업방식 다각화로 재무개선 효과=지난 2014년 도입된 ‘사업방식 다각화’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핵심은 그간의 LH 독점적 개발방식에서 벗어나 민간과 협력을 통해 자체 사업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물론 기본적인 사업규모는 유지해야 한다. 부채 부담을 이유로 사업규모를 줄이면 국내 건설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LH 관계자는 “사업방식을 다양하게 가져가고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민간 건설부문 활성화를 통해 총 투자규모는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H는 사업방식 다각화를 통해 ▷2014년 1조1000억원 ▷2015년 1조7000억원 가량 재무개선 효과를 달성했다. 동시에 총투자 규모는 ▷2014년 15조4000억원 ▷2015년 16조6000억원으로 확대했다.
특히 작년엔 리츠(REITs)를 적극 활용해 1조5000억원의 현금흐름을 개선하며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수행했다. 이와 함께 ▷대행개발 ▷민간공동 택지개발 ▷민간공동 주택건설 등 다양한 상생 모델을 적용, 2000억원의 추가 현금흐름을 개선했다.
올해는 총 3조8000억원의 사업방식 다각화를 계획하고 있다. 전년과 비교해 2조10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목표치의 77%인 3조원 가량은 리츠(공공임대리츠 2조4000억원, 주택개발리츠 4000억원, 토지지원리츠 2000억원)를 통해 추진할 예정이다.
▶국제신용등급 ‘AA’ 획득 = 지난해 9월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LH의 신용등급을 AA-로 높였다. 이로써 LH는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무디스, S&P, 피치)으로부터 모두 ‘AA’ 등급을 받게 됐다. 공사 창립이래 최고 등급이다. 준시장형 공기업 가운데 3대 국제 신용평가기관에서 이런 평가를 받은 곳은 LH가 유일하다.
신용등급이 오르면서 가장 안전한 공사채(AAA) 금리가 적용돼 현재는 기준금리 외 추가 가산금리 없이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LH 출범 초기에는 최대 26bp의 채권 가산금리를 부담해야 했다.
LH 관계자는 “이 덕분에 재무역량이 허용하는 선에서 정책사업을 차질없이 수행하는 선순환 사업구조가 정착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임금피크제로 청년 고용 늘려= LH는 지난 2월 130여명의 신입 직원을 선발했다. 정부가 제시한 채용목표 기한(올 12월)보다 10개월을 앞선 것이다. 이는 공공기관 최초로 전직원 대상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LH는 작년 8월 CEO와 노조가 전 직원 대상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들이 적극적으로 설득 작업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 8월 CEO를 비롯한 전 간부와 각 부서별 선임부장 200여명이 진주 본사로 모여 공감대를 형성했고, 경영진이 수도권 광역 본부를 찾아 현장 직원들을 상대로 직접 제도를 설명했다. 주말에는 노사 대화를 이어갔다. LH 관계자는 “여러 번 협상이 결렬됐지만 사내 게시판을 활용해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수렴하고 전국 24개 지역·사업본부 현장 순회 설명회를 개최하며 합의를 이뤄낼 수 있었다”고 했다.
▶올해도 혁신은 계속된다 = LH는 올해 16조2000억원을 투입해 주택 7만9000호, 토지 1030만㎡를 각각 공급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한 대학생ㆍ사회초년생ㆍ신혼부부 등 젊은층 대상의 행복주택은 1만1000호, 전세임대주택은 2만5000호 공급하기로 했다.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 공급촉진지구 지정, 창조경제밸리 및 도시첨단산단 조성 등 국가정책 사업도 올해 차질 없이 추진한다.
이를 위해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및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책사업 최우선 추진 ▷정책목표 및 안정적 재무구조 동시 달성을 위한 사업방식 다각화 확대 ▷지속가능 경영체계 구축을 위한 신규사업 후보지 확보 및 수익성 제고 등 핵심 혁신 목표를 공고히 하기로 했다.
nya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