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러시아군 특수부대일까 친(親)러시아 세력의 민병대일까, 아니면 무장한 코사크군일까….’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리틀 그린 맨’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항해 친러 시위를 이끌고 지방 정부 청사를 점거하기도 하며 경찰서를 습격하고 비행장을 확보하는 조직적인 무장투쟁을 벌이면서도,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감추고 있어 이들의 정체에 대해선 논란만 분분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유럽연합(EU)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려는 가운데 러시아의 개입 여부가 중요해진 만큼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활동하는 ‘리틀 그린 맨’의 신분도 쟁점사항이 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탈리 야레마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부 슬로뱐스크, 크라마토르스크 등을 점거한 무장세력이 ‘러시아 45공수연대 대원’이란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 국민들이 우크라이나 동부에 있을 수도 있으나 러시아군은 이번 소요 사태에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지난 크림 반도 합병 당시엔 병사들의 장비와 상의에 붙어있는 이름표 등을 통해 러시아 특수부대임을 특정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 동부 소요사태에선 지난 크림 사태와 같이 러시아군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실들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FT는 동부 우크라이나의 무장세력이 자신의 신분을 숨기는 데 전보다 더 용의주도하다고 평가했다.
보안컨설팅 업체 IHS제인스의 매튜 클레멘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크림반도에서는 러시아군 전투복을 입고 러시아군 현대식 장비를 사용하고 러시아군 번호판을 단 차량을 볼 수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동부에선 이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장비와 전략은 매우 다양하다. 주요 건물을 점거하는 방식도 크림에서 러시아군이 보여줬던 확보 후 민간세력 이관, 철수로 이어진 전략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이 뛰어난 위장전술로 신분을 숨긴 러시아 특수부대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영국의 보안컨설팅 기구인 분쟁연구센터 키어 자일스 소장은 동부 우크라이나 무장세력이 “잘 훈련돼있고 조직화돼있다”며 “러시아 특수부대와 지역 세력이 강하게 오버랩되고 둘이 합쳐진 것처럼 일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잘 조직화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하지만 가지고 다니는 장비들을 보면 동일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및 해외 군사전문가들은 대다수가 러시아 제조사인 부텍스에서 만든 군용 부츠를 신고 있으며 러시아군의 개량된 대전차 무기인 RPG-30, 최신 소총인 칼리슈니코프 AK-100 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들며 러시아군 개입설을 지지하고 있다. RPG-30이나 AK-100은 우크라이나에 없는 장비다.
자일스 소장은 “이들이 지니고 있는 최신예 장비는 러시아군만 사용하는 것”이라며 “이들이 러시아에서 왔다는 사실에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SBU)도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잡힌 러시아 특수부대의 통신 감청 내용 등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SBU는 러시아 정보총국(GRU) 요원들이 동부 도네츠크, 루한스크 등에서 ‘재정 및 물자, 기술지원’등을 했다고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 내 반정부 무장세력이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특수 통신장비’를 갖고 있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SBU는 크림반도 합병을 주도한 세르게이 악쇼노프의 안보보좌관이었던 이고르 스트렐코프가 슬로뱐스크의 친러 무장세력을 감독하고 있다며 GRU요원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확실히 증명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를 밝힌 상태는 아니라고 FT는 전했다.
일부 부대마크가 없는 전투복을 입은 이들은 FT에 자신들을 코사크군이라고 칭하며 몇 주 전 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 동부로 건너왔다고 밝혔고 몇몇 무장 세력은 자신들의 무기가 최신 AK-100이 아닌 낡은 AK-74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ygmoon@heraldcorp.com
☞리틀 그린 맨=스타트렉, X파일 등 드라마나, 만화, 소설 등에 등장한 외계인을 뜻하는 말. 최근엔 푸른색 전투복을 입고 크림 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활동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장 세력을 지칭.
☞코사크군=카자크라고도 불리며 15세기 러시아 중부에서 남방 변경지대로 이주한 농민집단을 지칭하는 말. 자치 군사공동체를 형성해 수백년 간 러시아의 국경을 지키는 임무를 맡았다. 지난 1월엔 소치 동계올림픽 현장 경비를 담당하는 임무를 맡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