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음원 1년2개월 집계해보니복면가왕, 상위 100곡중 56곡 차지 음악예능 전성시대 ‘최고 프로’ 입증 오혁 ‘소녀’·이적 ‘걱정말아요 그대’… 응팔 OST, 대부분 최상위권 점령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전인권, 걱정말아요 그대) 있다. 지나간 시절들의 음악이 매주 다시 들리고 있다. 매일같이 새로운 가수들의 신곡이 쏟아져나오는 와중에도 음원차트엔 40대 이상 세대들도 낯설지 않은 제목의 노래들이 순위권 내에 오르내린다. 옛 정서를 담은 요즘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는 ‘TV의 힘’이다.

음악예능이 숫자를 늘리고, 특정 시대를 주인공으로 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음원 차트’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대대로 ‘음원 차트’엔 인기 드라마 OST의 힘이 막강했으나, 특히 지난 1년 2개월은 유난히 옛 노래들이 눈에 띄었다.

음원 차트 ‘복고 열풍’의 시작은 4년 전이다. 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2012)의 등장 이후, 한 시절을 풍미했던 노래들이 다시 조명받았다. ‘복고’ 열풍을 주도하는 드라마답게 90년대 인기를 모았던 음악이 스토리와 버무려지니 모처럼 90년대 감성이 수혜를 입었다. 그 뒤로 ‘응답하라 1994’(2013)에 이어 지난해 ‘응답하라 1988’을 거치며 ‘오래된 노래’들이 다시 불렸다.

‘음악예능’ 전성시대의 도래 역시 잊혀진 노래를 수면 위로 끌어오는 계기가 됐다. 장수 음악예능 KBS 2TV ‘불후의 명곡’을 시작으로, 매주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는 MBC ‘복면가왕’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은 매주 잊혀진 노래와 가수들이 재조명받는 프로그램이다.

헤럴드경제는 KT 음원사이트 지니에 의뢰, 지난 2015년 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1년 2개월 간의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 리메이크 음원 상위 100곡을 집계했다.

상위권을 점령한 것은 역시나 드라마 OST였고, 인기 음악예능 ‘복면가왕’은 100위 권 내에 절반이 넘는 총 56곡의 노래를 올리며 ‘음악예능 강자’로서의 저력을 과시했다.

집계 결과 지난 1년 2개월 동안 가장 많이 사랑받으며 차트 1위에 오른 리메이크 음원은 ‘응답하라 1988’OST로 삽입된 오혁이 다시 부른 이문세의 ‘소녀’였다.

케이블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로 종영한 히트작답게 ‘응팔’의 힘은 차트에서도 강했다. 줄줄이 이어지는 순위 역시 ‘응팔’의 차지였다. 2위는 이적이 다시 부른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 3위는 김필이 부른 산울림의 ‘청춘’이었다. 그 뒤로 ‘혜화동(혹은 쌍문동)’(박보람, 4위), ‘함께’(노을, 5위),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디셈버, 6위), ‘세월이 가면’(기현, 9위) 등 총 7곡이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종영한 ‘시그널’에 삽입된 장범준이 다시 부른 산울림의 ‘회상’ 역시 17위에 이름을 올렸고, ‘칠전팔기 구해라’의 OST ‘말리꽃’(유성은, 19위), ‘내 눈물 모아’(울랄라세션, 20위) 등도 차트에 진입했다.

드라마 OST의 경우 100위권 내에 총 24곡을 올렸으며, 그 가운데 ‘응답하라 1988’(12곡)수록 곡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칠전팔기 구해라’(7곡), ‘시그널’(3곡), 맨도롱 또똣(1곡), 심야식당(1곡) OST도 100위권 내에 진입했다.

드라마 OST가 강세를 보인 데에는 공개 방식의 전략 변화에 있다. 드라마 OST의 경우 주요 장면에 맞게 매주 한 곡씩 발매하는 전략을 쓴다. ‘응답하라1988’의 경우에도 드라마 방영 동안 총 11개의 OST를 발표, ‘파트1’부터 ‘파트11’까지의 숫자를 붙이기도 했다. CJ E&M 관계자는 “OST를 1주~2주 간격으로 한 곡씩 발매하는 것은 드라마의 특정 장면을 연상시키게 해서 노래에 영상을 더해주는 효과가 있다. 드라마의 잔상이 오래 남고, 음원의 지속기간이 길어진다”고 말했다. 끝나도 끝나지 않은 인기를 모으는 이유다.

상위권은 ‘응팔’이 다 가져갔으나 압도적인 숫자로 차트를 지배한 건 음악예능이었다. 현재 방송 중인 다수의 음악예능에 소개된 리메이크 음원은 1년 2개월 동안 100위권 내에서 76%나 점유했다. ‘복면가왕’은 단연 최다곡 보유 프로그램(56곡)이었고, 그 뒤로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 이었다. ‘슈가맨’은 총 18곡을 차트에 올렸다.

지난해엔 ‘복면가왕’ 최초의 5연승을 달성한 김연우의 노래들이 특히나 사랑받았다. 김연우가 다시 부른 ‘사랑할수록’(7위), ‘가질 수 없는 너’(8위), ‘만약에 말야’(10위), ‘사랑...그놈’(11위)이 네티즌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복면가왕’의 경우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기에 다양한 음악이 노출될 수 있으나 특히 90년대~2000년대 음악 위주로 제작진과 출연자가 협의를 거쳐 선곡한다. 연출을 맡고 있는 민철기 PD는 “대체로 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음악들이 대중이 알고 있는 곡이 많아 더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돌 위주의 대중가요가 많은 시대라 솔로가수들의 노래를 찾기가 어려운 점도 적지 않지만 아이돌 위주의 음악과 팬덤을 벗어난 세대에겐 솔로가수와 그 시절 음악에 대한 갈증이 있다. ‘복면가왕’과 같은 음악 예능 프로그램의 수요가 나타나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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