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법 개정은 양날의 칼?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330만명 이자부담 경감 대부업계, 대출 심사 깐깐해져 저신용자 대출 거부 사례 오히려 늘듯 금융연구원 저신용자 74만명 사금융 내몰릴 수 있어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지난 3일부터 대부업체와 카드사와 같은 여신금융회사들이 받을 수 있는 법정 최고금리가 기존 연 34.9%에서 27.9%로 7%포인트 내렸다.
2018년까지의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하는 내용의 ‘대부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부는 330만명의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도권 대부업체에 외면당한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금융연구원은 최고금리 인하로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 가운데, 최소 35만명에서 최대 74만명이 대부시장에서 쫓겨나 불법ㆍ고리의 사(私)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민을 보호하기 위한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역설적으로, 제도권 테두리내에서 서민들이 돈을 빌리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정 최고 금리 인하, 약이기만 할까?=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번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이자부담이 줄어드는 사람은 330만명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면 대부업계에서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는 대부업체에서 조차 돈을 빌릴 수 없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자경감혜택은 고신용자들이 받고 저신용자들은 아예 돈 조차 빌릴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대부업계는 이번 금리인하로 7등급 이하 대출자에 대한 대출이 거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과거 최고금리가 연 39%일때 대부업계에서 취급한 평균 신용등급이 7.8등급이었지만 연 34.9%로 낮아진 뒤 평균신용등급은 7.3등급으로 높아졌다.
27.9%까지 내려가면 6등급대로 더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금리인하로 수익성이 하락한만큼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좀 더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에게만 대출을 진행해 부실위험률을 낮춰야하기 때문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이번 금리인하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100%신용대출을 하는 대부업계”라면서 “손익분기점이 연 30.65%인데 27.9%로 낮아지면 적자다. 매출이 7000억원 가량 줄고 순이익도 마이너스 4000억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취급한 대출 건만 끝나면 신규대출을 하지 않겠다는 업체도 상당하다”면서 “계속하겠다는 업체도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더 신용도 높은 고객에게 돈을 내줄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저축은행업계에서도 이런 기조는 뚜렷하다. 담보대출 비율이 60%가량돼 그마나 영향이 덜하지만 당국과 여론의 눈치상 최고금리를 대부업계보다 2~3%포인트 낮은 25.9%정도로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금리인하 폭이 9%포인트에 달하는 만큼 심사강화와 고신용자 중심 대출로 수익성을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신용대출 비중이 낮은 저축은행은 신용대출 사업을 접거나 비중이 높은 업체는 비중을 줄이게 될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신용대출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수포로 돌아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 저신용자 35만~74만명 私금융 내몰릴 수도= 이번 대부업법 개정으로 최대 74만명의 저(低)신용자가 앞으로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을 받지 못하고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수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상한 인하에 따른 저신용자 구축(驅逐) 규모’ 보고서를 통해 최고금리 인하로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 가운데 최소 35만명에서 최대 74만명이 대부시장에서 쫓겨날 수 있다고 밝혔다. 낮아진 금리로는 수익을 맞출 수 없다고 판단한 대부업체들이 최대 74만명에 대해선 신규 대출 또는 기존 대출 연장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신용등급 7등급 이하는 지난해 말 기준 약 472만명에 달한다. 국회와 금융당국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추진하면서 최대 330만명이 연간 7000억원 규모의 이자 부담을 덜 것이라고만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업체의 대손비용률을 11~15%로 가정할 때 신용등급 7등급에 대한 손익분기점 대출금리는 연 26.3~30.3%, 8등급은 연 31.5~35.5%에 달한다. 하지만 최고금리가 연 27.9%로 낮아지면서 대부업체들이 7~8등급 이하 저신용자에게는 대출을 하고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손율 11%에선 약 35만명이, 대손율 15%에선 약 74만명이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릴 수 없게 될 것으로 이 연구위원은 추정했다. 그는 “대부업체들은 7등급 이하 저신용자 가운데 신용등급 이외의 다른 정보를 통해 빚 상환 의지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 일부 저신용자에게만 대출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에 대한 근거로 과거 최고금리 인하 때도 대부업체들이 신규 대출자 가운데 저신용자 비중을 줄였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법정 최고금리가 연 44%였을 때 신규 대부업 이용자 가운데 7등급 이하 비중은 69.2%였다.
그러나 2011년 6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39%로 인하된 뒤에는 이 비중이 62.2%로, 2014년 4월 연 34.9%로 떨어진 이후엔 57.8%로 낮아졌다. 이 연구위원은 “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대부업체들이 수익 방어를 위해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비중을 계속 축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차입자 신용등급에 따라 최고금리를 차등화하는 등 금리상한제도를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 내리면 규제라도 풀어줘야= 대부업계는 원가 자체도 위협받게 된만큼 비용이 발생하는 규제도 같이 풀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리 내리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불필요한 규제 등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선순환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업계는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대부업체는 수신기능이 없어 돈을 빌려야 하는데 현재 당국은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부업체는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업체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할수 있도록 하면 3~4%의 금리인하 여지가 생긴다는 게 대부업계 분석이다. 유일하게 대부업체에만 적용되는 대손충당금에 대한 낮은 비과세 혜택도 확대해달라고 요구했다.
저축은행업계는 고질적 병폐인 개인회생 제도 수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대출자들의 도덕적해이와 브로커들의 난립으로 개인회생 제도가 악용되면서 손실을 고스란히 금융사가 지게 된다는 의미에서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개인회생 신청시 반드시 신용회복위원회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면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게 할 수 있고 금융사도 원금은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리인하 부작용 속출…다시 최고금리 인상 나서는 일본=우리나라보다 앞서 최고금리 인하에 나섰던 일본은 최근 반대로 최고금리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고 금리를 낮추자 돈 빌리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불법사금융시장이 커지는 등 정책의도와는 다른 사회적 문제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0년 대부업 상한금리를 연 29.2%에서 연 20%로 9%포인트 넘게 내렸다. 이후 일본 대부업 시장규모는 2006년 20조900억 엔에서 2014년 3월 6조2000억 엔으로 70%가량 극감했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줄어들고 받는 방법은 더 까다로워졌다. 업체들은 신용자들의 대출을 꺼리고 단기 소액 대출을 줄였다.
한쪽에선 대부업체에서 대출이 거절돼 불법사금융 업체를 찾는 일본인이 늘어난 반면, 공무원, 대기업 종업원 등의 저리대출은 더욱 쉬워졌다.
대부업체들이 줄어드는 이익을 메우기 위해 소액ㆍ단기 대출은 줄이고 고액ㆍ장기 대출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일본계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일본내에서 최고금리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내후년 정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유럽의 경우 금리 상한선이 있는 국가는 기타 비용이 고객에게 전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프랑스 등 대다수 국가들은 시장금리에 연동해 최고금리를 받고 있다.
노형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업법 최고 이자율이 떨어지면 대부업자들의 조달금리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서민의 금융 접근성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자율 상한을 시장금리와 연동해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면 서민의 금융 접근성이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예금은행 가중평균 가계대출 금리’를 시장금리로 이용하는 방법을 고려해 이자율 상한을 설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