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오는 6일 열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임시 주주총회는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던진 승부수다. 신동주 회장은 동생인 신동빈 롯데 회장 등 현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 해임을 안건으로 임시 주총을 요구했다.
신동주 회장은 임시주총 외에도 롯데 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의 과정에서 기자간담회 등 주요 활동은 주로 일본에서 벌여왔다. 지난 12일 일본 언론과 깜짝 인터뷰를 하기도 했고, 지난 19일에는 일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일본 롯데홀딩스 상장 추진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신동빈 롯데 회장은 주로 한국에서 그룹 현안을 점검하고 있다. 해외 출장이 잦기도 하고,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이후 일본 현황을 더 꼼꼼히 챙기고 있긴 하지만 주 활동 무대는 한국이다.
두 형제가 서로 다른 근거지를 둔 전략은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거점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동주 회장이 줄곧 내세우는 것은 자신이 장자라는 점과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 총괄 회장이 자신을 후계자로 정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국내에서는 ‘아빠 바라기’라는 비판을 몰고왔다. 능력을 검증받을 생각을 해야지, 그 나이에 아버지만 보고 있느냐는 비판이 신동주 회장에 대한 국내의 곱지 않은 시선을 대변한다.
그런데 신동주 회장의 이 같은 주장이 일본에서는 다소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장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장자가 가업을 승계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일본에서 장자가 가업을 잇는다는 것은 단순히 아버지가 하던 일을 물려받아 한다는 것 뿐 아니라, 아버지가 일궈놓은 가풍과 문화, 정신을 승계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가업 승계는 쉽지 않은 일이어서, 장자가 이를 기꺼이 떠맡겠다면 그 권리를 인정해주고 배려해주는게 일본의 전통이다.
여기에 신동주 회장이 자신을 ‘실무자’로 내세운 것도 일본에서는 통하는 이미지 메이킹 방식이다. 일본에서는 롯데가 제과기업 이미지가 강해, 전문경영인보다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실무자가 사업을 이어가는 것을 더 긍정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신동주 회장은 닛케이와 단독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은 실무자에, 신동빈 회장은 전문경영인에 빗대 대결 구도를 내세운 적이 있다. 이 같은 인식은 한국에서는 매우 낯설다. 한국에서는 재벌이라고 해도 굳이 장자의 기업 승계를 내세우지 않는다. SK나 두산처럼 형제경영을 하는 곳도 있고, 장남이 아닌 아들이 기업을 이어받는 경우도 많다. 형제간 서열보다 능력 위주의 승계가 더 낫다는게 한국에서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신동빈 회장은 반대로 일본에서는 후한 점수를 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롯데 경영 정상화 의지를 밝혔을 정도로 한국에서는 소통에 힘쓰면서, 일본 언론과는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게 ‘괘씸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롯데 주주총회를 취재하기 위해 모인 일본 기자들 사이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일본 언론을 무시한다”거나 “돈은 일본에서 잔뜩 벌어가면서 한국 기업이라고 말한다”는 등의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일본에서 롯데의 경영권 분쟁을 보는 시각에서 ‘혐한’의 분위기가 읽히기도 한다. 롯데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집중 보도를 한 바 있는 주간지 동양경제신문은 “장남과 차남이 경영권을 두고 싸우는 것 자체가 후진적인 한국의 재벌 문화를 말해주는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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