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륜 배우자, 유책주의 때문에 섣불리 소송안해 - 피해 배우자, 소송해도 위자료 액수 예전만 못해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지난해 2월 26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이혼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 1년간 관련 소송건수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접수된 이혼 소송은 3만9372건으로 전년의 4만1050건에 비해 4% 감소했다. 간통죄 위헌결정이 나온 직후인 지난해 3월 소송건수는 잠시 증가추세를 보였지만 이후 다시 줄어들면서 월평균 3281건을 기록했다. 이는 2014년(3420건)보다 다소 줄어든 수치다.

재판없이 당사자간 합의해 신고하는 협의이혼 역시 2014년(11만3388건)보다 3.5% 줄어든 10만9395건을 기록했다.

법조계에선 간통죄 폐지에도 불구하고 이혼 소송이 줄어든 배경으로 ‘유책주의’에 무게를 둔 대법원 판결을 꼽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나오고 6개월 뒤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먼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간통죄가 폐지됐지만 대법원이 여전히 이혼 요건을 엄격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불륜을 저지른 이들이 가정을 쉽게 깨지 못하도록 균형을 맞춘 판결로 해석됐다.

앞으로도 법원이 이같은 유책주의를 고수할 경우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로선 패소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섣불리 이혼 소송을 내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의 유책주의 입장에도 변화가 감지돼 결과가 주목된다. 대법원의 작년 판결에서 전체 대법관 13명 중 7명만 유책주의에 손을 들어줬고 다른 6명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책임 유무를 가리는 것보다 혼인이 파탄된 상황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반대 논리였다.

대법관들의 이러한 인식을 고려할 때 차후 파탄주의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파탄주의란 현실적으로 혼인 관계가 깨졌다면 이혼을 인정하는 법 개념으로,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도 책임에 관계없이 이혼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지난 1년간 이혼 소송에 따른 위자료 액수에도 큰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나온 당시 법조계에선 “피해를 입은 배우자가 받는 민사 배상액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형사처벌 규정이 사라진 대신 징벌의 성격으로 위자료 배상액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뒤따랐다.

간통죄 폐지 이후 지난 1년간 서울중앙지법이 불륜 배우자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판결문 17건을 분석한 결과 법원이 피해 배우자에게 지급하라고 한 위자료 액수는 1000만∼1500만원 수준을 보였다. 이는 간통죄가 존재할 때와 큰 차이가 없는 액수다.

과거엔 고소하면 수사기관이 증거를 확보해줬지만 이젠 피해 배우자가 직접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불륜 입증자체가 어려워진 것이 주요 배경이다.

여기에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도 간통이 더 이상 형법상 죄가 아니기 때문에 과거보다 무거운 금전책임을 부과하는 건 맞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 것도 위자료가 늘어나지 않은 원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