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춘곤증이라 불리는 봄철피로증후군은 겨우내 움츠렸던 신체가 따뜻한 봄날로 바뀔 때 신체가 계절의 변화를 미처 따라잡지 못해서 생기는 부적응 현상이다.

춘곤증은 사람을 힘들게도 하지만 말(馬)들 역시 견디기 힘든 봄철 불청객이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옛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1000여 마리의 경주마들은 어떻게 이 시기를 넘길까?

춘곤증으로 경주마들의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다. 특히, 수영은 사람뿐만 아니라 말에게도 춘곤증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운동. 경주마 수영은 보통 5월 중순부터 시작하지만 봄철 경주마의 건강관리를 위해 조교사의 요청이 쇄도하면서 3월부터 조기 개장했다.

수영은 다양한 근육을 함께 움직임으로써 실제 경주에서 주로 작용하는 근육을 도와 피로감을 지연시키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효과가 크다. 특히, 10분 가량 수영장 2바퀴를 도는 것은 경주로를 한 바퀴 전력 질주하는 것과 맞먹는 운동효과가 있는데다 심폐기능 강화에도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조교사들이 애용하는 훈련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마사회 동물병원 서유진 수의사는 “일조량이 늘어나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는 봄철이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경주마도 겨울 동안 움츠렸던 신체가 계절의 변화를 미처 따라잡지 못해서 생기는 춘곤증으로 경기력에 영향을 받는다”며 “극심한 운동을 몰아서 하는 것 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수영과 같은 유산소 운동과 휴식을 취한 후 워밍업을 거쳐 경주에 출전토록 한다”고 밝혔다.

수영 전ㆍ후로 마필관리사들은 말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에 들어간다. 수영 전에는 30분가량 준비운동을 시키고 샤워를 한 후 물속에 들어가고 수영 후에는 온몸을 부드러운 담요로 감싼 다음 온수 샤워를 받는다.

경주마는 봄철 건강관리를 위해 수영만 하는 게 아니다. 다른 종목에서는 볼 수 없는 경주마만의 특별한 훈련도 있다. 경주마를 위한 트레드밀도 그중 하나. 경주마의 숙식처인 마사동 헬스장에는 런닝머신의 5배 크기의 경주마 전용 러닝머신이 있다. 기수가 타지 않아 경주마 다리에 무리를 주지 않는데다 체력에 따라 운동 강도와 시간등을 조절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트레드밀은 체중감량이 필요한 말들에게도 사용된다. 비만 경주마의 경우에는 아예 통풍이 안되는 땀복을 입혀 뛰게하기도 한다.

휴식과 마사지도 큰 도움이 된다. 훈련을 마친 뒤 원적외선 찜질을 이용해 운동으로 쌓인 피로를 푸는 경주마들도 있다. 특히 수영훈련 후에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뒤 원적외선을 쬐며 온열 마사지를 받는 것이 하나의 코스처럼 되어 있다. 일부 마방의 경우 경주마 전용 마사지기를 이용해 경주마의 피로를 풀어주는 경우도 있다. 경주마 마사지도 사람처럼 근육을 문지르고 비비고 쓰다듬고 누르고 주무르는 동작들을 기본으로 한다. 마사지는 경주마의 부상을 예방하고 운동 능력을 높여준다. 마사지를 받는 동안에 말들도 사람처럼 눈을 지그시 감고 기분 좋은 신음소리를 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