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ㆍ손미정 기자] 병행수입과 ‘직구’ 확대를 통한 독과점적 소비재 수입구조에 메스를 대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해외 브랜드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병행수입이 활성화되면 그동안 수입품에 끼어있던 가격 거품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30~40%까지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해외 브랜드들의 독과점 구조가 깨질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통 전문가들에 따르면 샤넬이나 에르메스 같은 고가의 명품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뿐이 없다는 지적이다. 반면 고가의 명품보다는 낮지만 일반 브랜드 보다는 가격대가 훨씬 높은 준명품이나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컨템포러리 브랜드의 경우엔 병행수입 활성화→가격하락’의 선순환 구조가 가시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값비싼 컨템포러리 시장 가장 타격=유통업계에 따르면 티셔츠 한 장에 30만원, 점퍼 하나에도 70만원을 호가하는 컨템포러리 시장에는 이번 정부의 ‘병행수입 조치’가 판도를 뒤바꿀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고 한다. 유독 국내에서만 고가의 정책을 유지하다 한국 엄마들의 ‘직구’ 힘 앞에 백기투항한 ‘폴로 랄프로렌 키즈’와 같은 브랜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고가의 컨템포러리 장르는 브랜드에 대한 프레스티지도 적을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대중화된 만큼 이들 장르의 경우는 가격 하락 등 일정 정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특히 이들 장르는 가격에 대한 민감도도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병행수입업자들 입장에서도 가장 매력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부 컨템포러리 브랜드는 최근 병행수입 여파에 대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병행수입과 직구가 활성화될 경우 구매행태가 오프라인 보다는 온라인 위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오프라인으로 유도하기 위한 할인정책 등 다양한 방안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컨템포러리 브랜드는 병행수입 여파가 즉각적으로 나올 수 있어 브랜드별로 이에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기엔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할인정책 등 국내 가격정책에 대한 재점검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내에서만 ‘노(No) 세일’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일부 해외 수입브랜드의 경우 장기적으로는 세일에 참여하는 등 국내에서의 브랜드 운영방안 등에 대한 재검토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가 명품은 글쎄...=하지만 직구와 병행수입이 고가 명품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함께 고가 명품의 경우 직구를 할 경우 통관세와 특별소비세 등이 부과돼 국내 정식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가격적 매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병행수입, 해외직구 제품은 대부분 매스티지(대중명품) 브랜드이기 때문에 백화점 명품 구매층과 겹치지 않아 백화점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샤넬, 에르메스 등 최고가 명품 브랜드들을 구매하는 고객들의 경우 할인금액을 포기하더라도 정식 수입 상품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게다가 국내 소비자들의 고가 명품에 대한 취향이 높아져 샤넬이나 에르메스의 경우에는 최신 신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에도 짧게는 3개월 가량 대기자 명단을 올려놓는 상황을 감안하면, 엔트리급을 제외한 고가 명품의 경우 병행수입 수요가 그만큼 적어질 수 뿐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병행수입 되는 제품이 시중에 나와도 정식 매장에서 제품을 사는 수요는 꾸준히 있어왔다. 매장에서만 볼 수 있는 신규 라인 등의 경우에는 판매 실적이 오히려 좋아진 면이 있다”며 “병행수입 확대를 한다고 해서 고가 명품의 매출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통 전문가들은 병행수입 여파가 고가 명품의 가격결정 구조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병행수입 규모가 최소 20% 이상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국내 병행수입시장 규모는 약 2조원으로 전체 수입시장의 3~4%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의 병행수입 시장이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는 규모적으로 차이가 크다.
명품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병행수입의 경우 가격결정은 ‘바잉파워’에 따라 크게 출렁일 수 뿐이 없다”며 “가령 일본의 경우 10~20% 이상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반면, 국내 병행수입업자들은 고작 한 자릿대의 할인정도만 받는다”며 “이는 병행수입 물량이 그만큼 다른 나라에 비해 적기 때문이며, 이는 병행수입 상품의 가장 큰 메리트인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요소를 떨어 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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