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통화가치 하락이 수출 개선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가격의 우위보다 기술혁신이나 제품에 대한 표준ㆍ인증 등 비가격경쟁력 향상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2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경제학의 공식이었던 ‘통화약세=수출증가’의 공식이 깨지는 현상이 최근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까지만 해도 엔화약세가 시차를 두고 수출 증대로 이어졌으나 2012년말 아베 내각 출범 이후 펼친 ‘아베노믹스’ 이후 엔화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1995년 4월부터 1998년 8월 사이 엔화는 72% 절하돼 수출이 10% 증가한 반면, 1012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 엔화가 41% 절하됐지만 수출은 21%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일부 신흥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2011년 7월 이후 헤알화가 159%나 절하됐지만 수출은 19% 이상 감소했다. 2000년 3월부터 2002년 10월 사이 헤알화가 118% 절하되는 동안 수출이 18% 증가했던 것과 상반되는 현상이다.
국제통화기금(IMF)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및 일부 신흥국을 포함해 46개국을 대상으로 환율의 수출 탄력성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환율과 수출의 관계가 크게 약화됐다. 1990년대에는 환율약세가 수출을 1.3포인트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던 반면 최근에는 0.6포인트로 절반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남미 신흥국의 경우 이런 상관관계는 더욱 약한 상태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 교역량 감소와 보호무역의 강화 등 전통적 요인과 함께 글로벌 생산구조의 변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G20 국가에서의 취한 보호무역 조치는 총 1185건으로 매년 새로운 보호무역 조치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자국산업 보호수단의 하나로 무역기술장벽(Technical Barriers)도 강화되는 추세로 나타났다.
글로벌 생산구조의 분업화로 환율과 수출과의 관계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OECD 분석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이후 중간재 수출비중이 크게 증가하면서 생산의 분업구조가 심화됐으며 G20 국가의 수출중 30~60%는 중간재와 연관돼 있다.
글로벌 생산분업에 밀접하게 연관된 국가일수록 환율의 수출탄력성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세계은행(WB)의 분석 결과 글로벌 생산분업이 환율절하의 수출개선 효과를 40% 정도 약화시킨 것으로 분석됐다고 국제금융센터는 밝혔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러한 환율과 수출의 연관성 저하에 대응해 비가격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분업으로 교역이 증가하더라도 수출의 부가가치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이므로 비가격경쟁력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기술혁신과 차별화를 이루는 것, 기술표준이나 환경규제ㆍ안전성 등과 관련한 국제표준 및 인증 등의 장벽을 뛰어넘는 일, 갈수록 고도화되는 국제분업의 틀 속에서 국내 기업과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 등이 앞으로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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