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지난해 5만원권의 환수율은 40%에 불과했다. 다른 지폐의 환수율이 80% 넘는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못미치는 수치다. 화폐 환수율은 중앙은행이 시중에 공급한 화폐량과 돌아온 화폐량을 비교한 비율이다. 환수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의 돈이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얘기다.

전세계적으로 고액권이 사라지고 있다. 실물로 쌓아 놓고 보관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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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에서 100달러 지폐의 환수율은 2013년 82%에 달했지만 2014년에는 75.3%로 뚝 떨어졌다. 500유로 역시 2013년 102.1%에서 88.7%까지 떨어졌다.

우리나라 5만권 실종은 이 보다 더 심각하다. 미국이나 유로존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5만원권의 환수율은 40.1%(8조2500억 원)에 그쳤다. 그나마 2014년 25.8%에서 크게 높아진 수치다. 지난해 1만원권의 회수율이 105%에 달했던 것에 비해서도 큰 차이가 난다.

‘집’(중앙은행)을 찾지 못하는 고액권이 몰려드는 곳은 장롱 속이나, 마늘밭이다. 최근엔 은행 대여금고에서 낮잠을 자는 5만원권이 수두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유층이 너도 나도 대여금고로 몰려 들면서 1억원 이상은 아예 명함도 못 내민다. 최소 수백억원은 갖고 가야 대여금고를 이용할 수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특히 저금리에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되면서 고액권의 실종사건은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부유층들이 보관료를 내고 돈을 은행에 맡길 것이냐, 고액권으로 인출해 직접 보관할 것이냐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이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고액권인 500유로(약 69만원)짜리 지폐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표면적으로는 범죄 집단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마이너스 금리가 확대되면서 은행 예금 이자율까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예금 대량 인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고액권을 없애 현금을 보관하기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위스의 한 은행 관계자는 “일부 고객들이 마이너스 금리에 대비해 1000스위스프랑짜리 지폐를 비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1000스위스프랑(약 124만원)의 수요는 2000년 이후 거의 두배 수준으로 올랐다. 스위스 중앙은행 대변인은 “1000스위스프랑을 없애는 방안은 고려해보지 않았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밝혔다.

하지만 500유로, 1000스위스프랑을 비롯 100미국달러(약 12만원) 등 고액권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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