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참으로 3월이 기다려진다. 마냥 설렌다. 봄(春) 때문이 아니다. 3월엔 금세기 최고의 대결이 예정돼 있다. 바로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반상(盤上) 대결. 이는 지구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전쟁이다. 지구의 전쟁은 그동안 인간 대 인간의 싸움이었지만, 이세돌과 알파고의 전쟁은 인간 대 기계 대표가 충돌하는 것이다. 이에 3월9일~15일 공식 5번기 대국에 소름끼칠 정도의 흥분이 돋아나는 것이다.

이 싸움은 이세돌이기에 성사됐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세돌은 세계 바둑 최고 실력자이기도 하지만, 파격적이고 도전적이며 모험적인 기사로는 으뜸이다. 인간 상상력과 창의력의 진수라고 일컬어지는 반상의 대조화를 늘 새로운 수를 들고 실험하곤 한다. ‘날쌘돌이’로 불리는 이세돌은 다소 반골(?)의 기질도 있다. 정해진 길을 가지 않으며, 새 길을 항상 꿈꾸곤 한다. 도전, 도전이 그의 길이다.

중국의 자존심인 구리와의 세기의 10번기를 감행한 것도, 구리를 눌러 바둑원조의 중국의 자존심을 누른 것도 이세돌이다.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무장한 이세돌이기에 구글이 알파고를 내세워 도전장을 내밀었을때 한치의 망설임없이 대결을 받아줬을게다. 웬만한 고수들은 아마 혹시라도 있을 패배를 걱정해서 망설였을지 모른다.

이세돌은 특유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인터뷰에서 “한판 내줄 수는 있겠지만, 결국 승리는 내 몫”이라고 했다. 세간의 평가도 다르지는 않다. 이병두 세한대 생활체육학과(바둑학) 교수는 시물레이션을 통해 “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길 확률은 72.2%”라고 했다.

물론 세상 일엔 ‘반드시’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알파고가 이세돌에 대결을 신청한 것은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 2단에 승리한 자신감이 바탕에 있다. 판후이가 세계 최고 실력자인 이세돌과 비중이 같을 순 없지만, 구글이 은근히 승리를 기대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사실 알파고를 대표하는 인공지능(AI)은 바둑을 제외하곤 인간 영역을 차례차례 무너뜨렸다. 퀴즈, 체스 영역에서 인간 챔피언을 쓰러뜨리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다가 (판후이에겐 이겼지만) 세계 바둑의 간판스타인 이세돌에까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필자 역시 이세돌의 승리를 점친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인간 편에 기우는 마음도 부인할 수 없지만, 이세돌의 실력을 믿기 때문이다.

바둑은 자연 조화이고, 인생이다. 가로, 세로 19칸에서 나오는 착점과 거기에 따르는 수만, 수천만, 수억개의 대국판은 ‘작은 우주’이고 어쩌면 신의 영역이다. 그래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진 인간만이 그토록 오래 반상의 즐거움을, 특권의 이름 아래 누려왔는지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의 총아인 인공지능이 아무리 계산이 치밀해도 인간 창의력 앞에선 허둥댈 것이라는 믿음이 확고한 것은 그래서다.

그런데 이세돌이 진다면? 창조성 면에선 인간이 인공지능에 한참 앞선다는 신념이 무너지는 일로, 상상하기 어렵다. 충격적일 것 같다. 동시에 이런 주장도 할 것 같다. 알파고를 통일부 장관이나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에 임명하라고. 어떤 전략이나 전술도 먹히지 않는 대북관계, 인간보다 뛰어난 알파고를 굳이 묵혀둘 필요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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