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도시,’ ‘이민자의 천국’도 옛말(?)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경제가 추락하고 있다. 날로 심각해지는 지역ㆍ인종 간 빈부격차와 취업난, 경영환경 악화 등으로 로스앤젤레스를 등지고 떠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아시아판 사설을 통해 “지난 20년 간 디트로이트보다도 심각한 경제 침체를 겪은 도시는 바로 로스앤젤레스”라면서 이 같이 전했다.

실제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앤더슨 스쿨이 낸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90년 이래 로스앤젤레스의 고용률은 -3.1%로 지난해 파산한 디트로이트(-2.9%)보다 추락폭이 컸다. 같은 기간 라스베이거스, 피닉스, 휴스턴 등 다른 도시들이 5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고용 경기가 크게 악화된 것이다.

이는 로스앤젤레스 일자리 시장에서 동서 지역 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5∼2012년 기간 동안 로스앤젤레스 서부 지역에선 고용이 3% 신장된 반면, 나머지 지역에선 5.1% 감소했다.

지역별로 인종 분포가 다르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백인들은 샌타모니카처럼 로스앤젤레스 서쪽에 위치한 부촌에 많이 거주하고 있다. 동부엔 히스패닉이나 흑인 등 유색인종들이 모여산다.

일례로 백인 주민 비율이 85%인 맨해튼비치의 경우 빈곤률이 2.9%에 불과하지만, 히스패닉과 흑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스트 로스앤젤레스와 콤프턴 카운티는 26.8%, 26.2%에 달한다. 실업률도 맨해튼비치는 3.1%에 그쳐, 히스패닉이 주민의 80%를 차지하는 동부 볼드윈파크 외곽 지역(11.3%)과 큰 격차를 보였다.

WSJ은 앤더슨 스쿨의 보고서를 토대로 높은 물가, 주택 공급 감소, 소기업 경영에 비친화적인 환경 등이 이 같은 빈부차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소기업 조사업체 섬택이 지난해 발표한 섬택 소기업 친화성 조사(TSBFS)에서 로스앤젤레스는 D 등급을 받아 세금, 규제 등 모든 부문에서 기업 환경이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또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의 단독주택 평균 가격은 53만1000달러로 샌프란시스코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비싼 곳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로스앤젤레스를 빠져나가려는 ‘엑소더스’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 로스앤젤레스 교외나 다른 도시로 이사한 이주민은 지난 2007∼2011년까지 5년 새 11만5651명이나 된다.

WSJ은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올해 재선 캠페인 구호는 ‘캘리포니아가 돌아왔다’”라면서 “할리우드의 술탄(왕)들은 그렇게 느낄지 몰라도 로스앤젤레스 동부의 빈민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일갈했다.

강승연 기자/ [사진 출처=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