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예정돼 있던 당ㆍ정ㆍ청 회의가 돌연 취소됐다. 이날 회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선거구 획정 등 국회를 발목잡는 현안을 두고 입장을 논의하기로 한 자리다. 쟁점법안 통과의 분수령이 될 수 있을 법한 기회였다.

지난 1일 저녁 유의동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비공개 당ㆍ정ㆍ청 회의는 사정에 의해 무기한 연기됨을 알린다”고 전했다. ‘사정’을 놓고 해석이 분분했다. 정부ㆍ여당이 명운을 걸고 있다는, ‘국가비상사태’를 해결하고자 모이는 회의를 급취소할 ‘사정’이 궁금해서다.

특히나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1일 예정된 여야 대표 긴급 회동을 2일로 연기하기도 했다. 이날 예정됐던 당ㆍ정ㆍ청 회의 때문이다. 이 회의 결과가 나오고서 여야 회동에 임하겠다는 취지다. 당ㆍ정ㆍ청에서 입장을 최종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야가 협의를 보는 로드맵이었다. 당ㆍ정ㆍ청 회의 취소로 이런 구상 역시 무산됐다. 이래저래 당ㆍ정ㆍ청 회의가 무산된 ‘사정’에 궁금할 수밖에 없다. 표면적 이유로는 쟁점법안에 대해 당내 조율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샷법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이제 원샷법은 본회의만 열리면 자동 부의된다. 상황이 변했으니 당내 이견 조율이 더 필요하다는 것.

속사정은 또 있다. 비공개로 진행하려던 당ㆍ정ㆍ청 회의가 공개된 데 따른 부담이다. 비공개가 유지됐다면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었을 텐데 비밀리에 진행하기로 했던 계획이 새나갔다. 정 의장도 여야 회동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당ㆍ정ㆍ청 회의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이쯤 되니 당ㆍ정ㆍ청 회의가 뭔가 특단의 결과를 내놔야 할 판이 됐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한발 먼저 원샷법을 처리시켜줬다. “야당이 원샷법을 법사위에서 처리했으니 여당도 선거구 획정 등에서 의지를 보이라”는 압박이 깔렸다. 예정된 당ㆍ정ㆍ청 회의가 더 부담스러운 배경이다. 결국 당ㆍ정ㆍ청 회의는 긴급하게 취소됐다.

정부ㆍ여당의 부담을 공감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래도 정부ㆍ여당 말대로 ‘국가비상사태’를 타개하겠다며 모이는 당ㆍ정ㆍ청 회의가 부담 때문에 급취소됐다는 건 아쉬움이 남는다. 부담은 곧 책임감이다. 부담 없는 정치는 책임지기 싫다는 말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