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롤랑 조페 감독 영화 ‘미션’의 예수교 신부 가브리엘은 아메리카 인디언 과라니족과 함께 생을 마쳤다.

유럽의 영토 분할로 인한 희생양이 됐던 과라니족. 이들과는 아무 관련도 없었던 정치 문제가 이들의 생존을 위협했다.

‘미션’의 가브리엘 신부를 보듯,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에서도 한 신부가 피난민을 돕다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내전은 난민들의 목숨만을 앗아간 것이 아니었다.

“전 그들이 무슬림으로도 기독교인으로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보통의 삶을 갈구하는 인간이 보일 뿐입니다. 불가능합니다, 어떻게 떠날 수 있겠습니까?”

예수회 소속 프란시스 반 데르 뤼흐트(72) 신부는 7일(현지시간) 시리아 홈스에서 선교와 함께 난민을 돕는 활동을 벌이던 중 무장괴한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참혹한 내전 속의 시리아에서 여러 사람들의 만류에도 끝까지 남아 피난민을 돕다 세상을 떠난 프란시스 신부의 순교자적 삶을 조명했다.

그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아랍어에 능통하고 정신치료 훈련도 받아 홈스 외곽 장애인 지원센터를 짓고 전쟁의 포화 속에서 난민들을 구하는 일에 앞장섰다.

그는 이 지역에서 수십년 간 살면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여겨지던 인물이었다. 지난 2011년 3월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고 정부군과 반군의 전투가 이어지면서 일부 기독교인들이 핍박을 받았지만 이슬람 반군의 보호를 받으면서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홈스가 반군의 영향권에 들고 정부군이 이곳을 포위해 1년 넘게 공격이 지속되면서 민심은 흉흉해졌다. 식량 등 구호품 전달은 여의치 않았고 주민들은 극심한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받았다. 사람들의 태도도 변해갈 수밖에 없었다.

1월 25일, 그는 페이스북에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거리를 헤매고 다닌다. 굶주림에 도덕이 사라지고 사람은 야생동물로 변하고 있다”며 현지의 참상을 외부에 전했다.

프란시스 신부가 이곳을 떠날 기회도 있었다. 일시 휴전으로 1500명의 주민이 홈스를 탈출했으나 이곳에 남을 수밖에 없는 난민들을 위해 난민들에게 거처를 제공하고 지원을 이어가기 위해 계속 머무르기로 했다.

한 시리아 예수회 신부는 NYT에 “이곳에 남겠다고 한 것은 그의 자발적인 선택이었다”고 전했다.

7일 프란시스 신부는 마스크로 위장한 한 무장괴한에 의해 피살당했다. 신분과 살해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네덜란드 예수회의 얀 스튜이트는 “한 남성이 프란시스 신부의 집에 들어가 그를 집밖으로 끌어냈고 집 앞 거리 한가운데서 머리에 총을 두 방 쐈다”고 진술했다.

홈스 인근 마을인 탈비세흐의 반정부 활동가 마흐무드 타하는 “반군들에게 있어 신부님의 죽음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며 “반군들이 점점 과격해져 자신들 이외에 누구도 받아들이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활동가들은 그의 죽음이 시리아 사회가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